7년 전인 2017년 11월 10일. 동거녀의 친손녀를 초등학생 때부터 6년간 성폭행해 아이 2명을 출산하게 한 김모씨(당시 53세)가 항소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2002년부터 A양 할머니와 동거했다. A양은 2011년 부모가 이혼하면서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살기로 했다. 지적장애가 있는 김씨의 30대 아들도 함께였다.
김씨는 "할머니에게 말하면 너도 할머니도 다 죽이겠다"고 협박하며 당시 11살이던 A양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범행은 6년간 이어졌다. 평소 김씨가 할머니를 때리는 모습을 봤던 A양은 저항하지 못했다.
결국 A양은 중학생이던 2015년 김씨의 아이를 임신했고, 같은 해 9월 아무도 없는 집안에서 혼자 출산한 뒤 탯줄을 잘랐다.
김씨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A양을 또다시 성폭행했다. A양은 첫째 아이를 낳은 지 10개월 만인 2016년 7월 둘째 아이까지 출산했다. 김씨의 보복이 두려웠던 A양은 할머니에게 "길거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거나 "남자친구와 성관계했다"고 둘러대며 피해 사실을 숨겼다.
김씨는 A양에게 "진짜 남자친구 있는 거 아니냐"고 추궁하며 휴대전화를 검사하거나 허리띠로 온몸을 때리기도 했다. 심지어 두 아이가 옆에서 자고 있을 때도 성폭행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A양은 2017년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며 할머니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털어놨고, 할머니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A양은 경찰 조사에서 "일주일에 1~2번 성폭행을 당했다. 너무 많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라고 진술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판단, 이례적으로 형사부 부장검사가 직접 김씨를 기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친족에 의한 강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씨는 "합의하고 성관계를 했다. 임신한 걸 알지 못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2017년 10월 1심 재판부는 "다른 성폭력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죄질이 불량하다. 피고인은 경제적으로 자신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피해자를 보호하기는커녕 성적 욕구 만족의 수단으로 이용했고, 자신의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산후조리를 채 마치지 못한 피해자를 또다시 성폭행했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형량이 너무 무겁다. 지적장애인 아들을 돌봐야 한다"며 항소했다. 검찰은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보다 더 높은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같은 해 11월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피해자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못 이겨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친구들과 단절되는 비참한 처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을 읽던 재판장이 "엄청난 고통을 겪은 피해자는 사회 관심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홀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태어난 두 아이도 정상적인 울타리 안에서…"까지 말한 뒤 울음을 삼켜 법정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재판장은 "피해자는 '피고인이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되길 바란다'고 엄벌을 탄원하면서도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진심으로 반성하는지 의문스럽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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