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프레임·자막·붕대…이상하지 않은 게 없다
지난 1일, 많은 국내 언론들이 부상을 입은 북한군 장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오는 영상을 보도했다. 이 인물은 병상에 누워 북한 말 억양으로 "러시아군에 속았다", "40명 인원이 다 전사했다", "러시아가 공격 전에 아무런 정찰도 하지 않고 무기도 주지 않았다"는 등의 말을 한다. 연합뉴스, 뉴시스, 매일경제, 중앙일보, 한국경제, 서울신문, YTN, 연합뉴스TV, SBS 등 공신력 있는 국내 주요 매체들이 이 내용을 다뤘다.
이 영상의 출처는 텔레그램 채널인 '익사일노바 플러스(ExileNova+)'다. 이 계정은 소개글에서 스스로를 '국제 친 우크라이나 팀의 채널'이라고 밝히고 있다. 해당 계정은 지난달 31일 저녁에 2분 7초 길이의 이 영상을 올리며 '쿠르스크의 경고'라는 짤막한 설명을 붙였다. 쿠르스크는 러시아 서부의 한 지역으로, 현재 우크라이나가 일부 점령한 러시아 영토다. 파병된 북한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이다.
텔레그램 채널(ExileNova+)에 올라온 생존 북한군 병사 영상.
문제는 이 영상의 진위다. 이 영상을 인용한 국내 다수 언론들은 "진위 파악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별도의 검증 없이 그대로 인용했다.
취재진은 해당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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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영어 자막은 "40명의 전우들이 다 죽었다"고 시작하지만, 실제 음성은 '러시아 군은 저희가 방호 시설들에만 있고, 절대로 전선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짓말했다'는 말로 시작한다. 실제 음성에는 없는 말도 많다. 굵은 글씨로 표시한 부분은 실제 영상 속 인물이 하지 않은 말이 영문 자막으로 실린 대목이다. 영문 자막에는 병사의 친구 이름이 '민호'로 되어있지만, 실제 영상 속 음성은 '혁철'과 '경환'을 언급하는 등 실제와 다른 내용이 자막에 쓰였다.
뉴스타파는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의 도움을 받아 해당 영상을 분석했다. 먼저 영상 속 북한 장병의 음성 파형을 확인해 봤다.
한국영상대학교 구재모 교수가 분석한 위 동영상의 음성 파형
위 이미지에 흰색 파형이 있는 부분이 소리가 있는 부분이고, 파형이 없는 부분은 말이 없는 빈 구간이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영상이라면 말이 없는 구간이라도 환경에 따라 잡음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영상은 말이 없는 구간이 깨끗하다. 구 교수는 이를 두고 "소리 (편집) 작업을 몇 차례 한 것", "이미 몇 차례 손을 댄 작업"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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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 제성훈 교수는 "국정원의 발표 등이 큰 틀에서는 맞을 수 있으나 디테일하게는 잘 봐야 한다"며 "예컨대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에 있다는 사실, 진지 보수 같은 데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은 작년부터 보도가 됐었다. 정확한 사실이 뭔지는 시간이 지나면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와 북한 모두 파병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 역시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러시아를 적대 관계로 만드는 게 이로운 것인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newstapa.org/article/YWs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