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said’ 전형 보여준 KBS…대통령이 눈높이 맞췄다?
KBS ‘뉴스9’은 이날 대통령 기자회견을 톱 뉴스로 8꼭지 보도했다. 먼저 주요 내용을 5건의 리포트로 나눠서 전한 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달라진 점과 의미를 짚고, 여당과 야당 반응을 순서대로 보도했다. 8일 주요 신문들이 대체로 냉혹한 평가를 하고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여론 반응이 썩 좋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는데, KBS에선 이런 평가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기자회견에서 직접 질문이 나오기도 했던 ‘두루뭉술한 사과’라는 지적조차 없었다.
KBS는 장시간 기자회견을 예상하고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서 진행한 형식을 두고도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고 평가하는가 하면, “임기반환점임에도 정부 성과 설명은 최소화했다”는 설명을 전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앉아서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과 '눈높이'를 맞췄다고 보도한 KBS.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태도도 보였다. KBS는 “(대통령이)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겠다고 밝혔다”고 했는데, 사실 대통령은 “대통령이나 핵심 참모가 국익 관련 꼭 해야 한다는 게 아니면 사실상 중단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거란 취지였다. 이달 중 예정된 해외 순방에 김 여사가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은 대통령 발언이 아닌 대통령실 쪽 설명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SBS, 일부 논란·한계 지적했지만 적극적인 검증·분석 없어
SBS ‘8뉴스’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 앵커 멘트로 시작해 회견 주요 내용을 사안별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리포트는 총 9건이었다. 기자회견 내용을 정리한 뒤 야당 반응을 여당보다 먼저 전하고, 이어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한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기자회견 총평과 함께 향후 정국 전망 등을 전하는 구성이었다.
SBS는 KBS와 달리 국정농단 등 일부 논란이 되는 발언과 사과가 두루뭉술하다는 지적 등을 다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왜 논란이거나 문제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특검이 위헌적이라거나 김건희 여사 수사를 충분히 했다는 대통령 주장 등 검증이 필요한 부분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힘든 기색을 내비치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나오자 종료하지 않고 답변을 이어갔다”면서 대통령의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 이제” 발언을 전하면서도 문제가 되는 ‘반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11월7일 SBS '8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MBC 앵커 “대통령의 영상편지 같았다”…팩트체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MBC는 ‘뉴스데스크’의 절반 이상을 회견 내용으로 채웠다. MBC는 뉴스 시작부터 1분이 넘는 앵커의 총평으로 시작했다. 조현용 앵커는 “아내에 대한 사랑이나 변호 차원은 아니라 했지만 오늘 대통령의 의도는 마치 영상편지처럼, 딱 그래 보였다”고 했다.
MBC는 대통령의 발언을 그대로 전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논평을 하거나 추가 취재, 팩트체크 등을 곁들여 분석했다.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수백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 김건희를 기소할 혐의가 나올 때까지 수사했는데 기소를 못하지 않았느냐”는 대통령 발언에는 검찰이 김 여사 압수수색 영장 신청조차 안 하는 등 ‘늑장·부실수사’란 비판이 배경에 있음을 지적했다.
‘누구를 공천 줘라’ 하는 건 의견이지 공천 개입이 아니라 문제없다는 취지의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들어 “대통령은 평당원에 불과하지만 영향력이 막강한 ‘1호 당원’으로 불렸다”, “직무는 아니어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위”라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지만 질문 기회를 얻지 못한 강연섭 기자가 직접 스튜디오에 출연해 회견장 분위기 등을 전하기도 했다. 강 기자는 “우연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제가 올해 열린 세 차례 기자회견에 모두 참석했는데 모두들 예상했듯 질문 기회는 없었다”고 말했다.
강 기자는 이날 회견 분위기에 대해 “시작부터 끝까지 냉랭했다”면서 “통상 출입기자들이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기자회견 직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대통령이 입장하는 걸 맞이하는데, 오늘은 시작과 끝 모두 박수를 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직접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한 것에 대해선 “허리까지 숙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면서도 “사과의 방식보다는 사과의 진정성 측면에서 볼 때 윤 대통령이 각종 의혹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게 점수를 높게 주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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