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광주 수문장 김경민(33)은 가슴아픈 일을 겪었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어린 아들이 애통하게도 하늘나라로 갔다.
감히 어리짐작도 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 김경민. '원정경기를 다니느라 옆에 많이 있어주지도 못한 나쁜 아빠'라고 자책하고 또 자책했다. 김경민과 가까운 한 지인은 "당시 경민이가 축구를 관둘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때 김경민을 일으켜세운 가족, 지인들의 한 마디는 '아들을 위해 다시 뛰어야하지 않겠나'였다. 김경민은 아들의 영정사진에 대고 이렇게 약속했다. "아들, 아빠가 더 성장해서 꼭 국가대표가 되는 모습을 보여줄게."
김경민은 꼭 1년만에 아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11월 A매치 중동 2연전(14일 쿠웨이트전, 19일 팔레스타인전)에 나서는 홍명보호에 첫 발탁됐다.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은 5일 김승규(알 샤밥)의 부상으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서른 셋 베테랑 김경민을 뽑았다. 대표팀 명단 발표 순간, 비셀 고베와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전 대비 훈련을 하느라 실시간으로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는 김경민은 6일 "어안이 벙벙했다.
꿈인 줄 알았다. 내가 적은 나이도 아니고, 대표팀은 쉽게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 중엔 아들도 있었다. "뜻하지 않게 좋은 기회가 왔다. 나와 우리 가족들 모두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그런 부분 때문에 뭉클했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