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나라 일본은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1962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 1964년생 아오아먀 신지, 1955년생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계보가 <드라이브 마이 카> 하마구치 류스케(1978년생),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 미야케 쇼(1984년생), <하모니움>의 후카다 코지(1980년생) 등으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마구치 류스케는 도쿄예술대학에서 구로사와 기요시의 지도를 받은 제자이기도 해서 ‘일본영화 뉴 제너레이션’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름이 됐다.
일본 영화산업 자체가 호황기라고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한국의 사례와 비교하며 제작사에 충분한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자국의 시스템을 오랫동안 비판해왔다. 일본영화는 대체로 영화사, TV 방송국 등 콘텐츠 기업이 임의로 조합을 만들어 특정 작품에 공동 투자하는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제작된다. 최근 일본 영화계가 하락세에 접어든 이유를 제작위원회의 보수성과 폐쇄적인 시스템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 인디 영화계는 제작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투자・배급 및 상영이 가능한 자생적인 영화 제작 방식을 터득했다. 예컨대 도쿄예술대학, 도쿄공예대학 같은 대학교나 뉴 시네마 워크숍(NCW), 영화미학교와 같은 영화 교육기관은 신인 감독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터전이 됐다. 학생들이 돈을 모아 자발적으로 영화 현장에 참여한다든지,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자주 영화’를 만든다든지, 영화 워크숍의 집단 창작 형태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하마구치 류스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기 워크숍 수강료로 예산을 마련해 비전문 배우들과 함께 <해피 아워>를 완성했다. 이들에게 교육기관은 반복적인 시도와 실패를 통해 결국 자신만의 작업 방식과 미학을 확립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일본의 커뮤니티 시네마, 미니 극장 문화를 통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해외 세일즈 사나 배급사는 작은 극장에서 입소문을 타는 영화를 주목한다. 그렇게 적은 예산으로 만든 신인 감독들의 영화가 해외 관객을 만날 수 있다. 한편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구로사와 기요시의 초기작 때부터 다져진 일본 예술 영화계와 유럽 영화사의 관계는 감독들의 ‘넥스트’를 빨리 만나볼 수 있게 한다.
하마구치 류스케의 <아사코>, 미야케 쇼의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후카다 고지의 <러브 라이프>는 모두 프랑스 자본이 투입된 작품이다. 그리고 이들 네트워크는 젊은 신예들의 작품이 해외 영화제로 진출하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 독립 영화계는 제작, 투자, 배급, 상영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가 불안정한 실정이다. 한때 한국영화아카데미(<파수꾼>)와 단국대학교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남매의 여름밤>) 졸업 영화가 신인 감독 발굴의 장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도교수가 존재하는 학교 시스템에서는 관습을 거스르는 실험적인 작품이 나오기 어렵다. 또한 영화학교가 아닌 곳에서는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
한국 영화계의 세대교체가 어려운 이유
임수연(<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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