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예기사의 참담한 현재를 확인하고 싶다면 이혼한 최민환·율희에 대한 지난 일주일 간의 보도를 보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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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아일랜드 동료인 최민환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 옹호 발언을 하다가 뭇매를 맞은 이홍기에 대해 스포츠조선에선 <이홍기에게 역질문…최민환 성매매 맞다면, 책임질 수 있어요?>라는 상당히 강도 높은 제목의 기사로 비난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건가 싶은 이홍기에 대한 꽤 속 시원한 타이틀이지만, 정작 같은 매체 같은 기자는 4일 전 <최동석·율희, 이혼 피해자 코스프레 하다 역풍 맞았다…‘이혼 팔이’도 신중할 때>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연예뒤통령 이진호’ 채널 내용을 근거로 마치 율희가 거짓으로 피해자 행세를 했다는 식으로 몰아간 것이다. 그의 기사 제목을 그대로 돌려주어 ‘율희의 고통이 증명되면, 책임질 수 있어요?’라 질문한다면 뭐라 답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관계와 이혼에 대한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질 때까지 언론이 침묵했어야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의 어제와 그제와 엊그제의 기사들이 꾸준히 율희에 대한 부정적 세계관을 구성해왔다는 것이야말로 진짜 문제다. 앞서 최근 일주일 간 보도를 문제 삼았지만 사실 지난해 12월 이혼 소식을 알렸을 때부터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기사화됐다. 이혼 소식 초반 엑스포츠뉴스의 기사 제목은 <“율희 양육권 포기?”VS“최민환 불쌍”…이혼 온도차 극명>이었다. 최민환이 출연한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방영되고 일부 누리꾼들이 율희에게 악플을 달 때도 마찬가지였다. OSEN은 <“철없어”VS“오지랖”…최민환과 이혼 율희, ‘슈돌’ 출연 거센 후폭풍 악플>이라는 제목으로 소식을 전했다. 매체로선 직접적으로 율희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 율희를 욕하는 입장과 응원하는 입장 모두를 소개했다고 변명하겠지만, 둘 사이 관계에 대해 아는 바 없이 양육권 포기가 무책임한 것처럼 비난하는 목소리를 굳이 들어줄 만한 의견처럼 소개하는 것 자체가 여론의 왜곡이다. 이 왜곡된 여론을 지탱하는 것은 사실도 논거도 아니다. 남편의 경제력에 의지해 본인 인생만 즐기고 가정엔 무책임한 가상의 젊은 여성에 대한 미움을 현실의 인간인 율희에게 투영한 것뿐이다. 혐오적 망상에 가까운 이 세계관은, 하지만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구체화됐다.
단지 이혼 후 자신의 생활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율희 앞에는 매순간 천형처럼 ‘양육권 포기’라는 수식이 붙었다. 사회 관계망 서비스에 “오늘 하루 뭐 할지 추천해주세요” 정도의 게시물을 올려도 텐아시아에선 <양육권 포기 율희, 육아 안 하니 심심…“뭐 할지 추천해주세요”> 같은 타이틀로 마치 아이 떼놓고 여유를 즐기는 듯 전달하고, 팬들과의 소통에서 팩하고 뒹굴댄다고 하니 OSEN에선 <양육권 포기 율희, 이혼 후 세 자녀와 안 사니 여유로운 아침 “팩하고 뒹굴뒹굴”> 같은 타이틀이 나온다. 체중관리에 성공한 사진을 올리면 스포츠조선은 <최민환과 이혼·양육권 포기 율희, 육아 스트레스 없어지니 완벽하게 돌아온 리즈 몸매> 같은 제목으로 화답했다. 율희가 누리고 공개하는 일상은 모두 아이들을 버리고 얻은 보상처럼 기사화됐다. 그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젊은 여성으로서 수행해야 할 것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제 혼자다>에 출연한 율희는 본인 인생을 즐기기 위해 아이들을 버렸다는 반응에 대한 상처를 말했다. 이를 그저 익명의 악플러들 만이 주도한 일이라 말할 수 있을까. 혐오에 기생해 자극적 제목을 단 언론들도 공모자다.
이번 최민환·율희 관련 보도에서 최악의 헛발질이자 가짜 뉴스(취재 부족에 의한 오보보다는 의도적 허위 정보에 가까운)인 ‘연예뒤통령 이진호’의 보도는 정확히 이러한 혐오적 서사로 이뤄져있다. 육아와 가정이 먼저였던 최민환 대 인플루언서로서의 외부 활동이 더 중요한 율희라는 구도를 부각해 가정에 소홀한 젊은 여성이라는 스테레오타입을 제시하는 것은 빤하면서도 효과적인 여론 몰이 방식이다. 일종의 공격 허락 신호라 해도 되겠다. 연예매체들이 아무 문제의식과 교차검증 없이 ‘연예뒤통령 이진호’를 인용 보도해온 건 하루 이틀이 아니지만, 그동안 꾸준히 누적되어온 율희에 대한 왜곡된 여론과 미움은 거의 최종적으로 진실이 될 뻔했다. 그러니 최민환에 대한 율희의 폭로 이후 기사에 등장하는 ‘폭로전’ ‘진흙탕 싸움’ 같은 단어는 진실을 가린다. 선후 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율희의 폭로가 시발점이 아니라, 11개월 동안 율희에 대한 잘못된 억측이 누적되고 대안사실을 형성한 것에 대해 율희가 마지막 몸부림을 친 것이다. 그 억측에 일조한 언론이 이젠 중립적 관찰자처럼 사태를 중계하고 논평을 하는 중이다. 이제 와서 최민환 비판에 열을 올린들 이것을 사필귀정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기록해둔다. 이 사태에서 언론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그들 스스로는 기사화하지 않을 것이기에. 누구도 책임지지 않을 것을, 바뀌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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