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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당뇨환자가 몰래 숨겨둔 과자에 충격…가공식품 해악 더 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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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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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 사회에 묻는다
4 위고비 비밀 풀어낸 최형진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연구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형진 서울대 뇌인지과학과 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연구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비만약 위고비(GLP-1 치료제)의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최형진 서울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건강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식욕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비만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가공식품이 많은 현대 음식이 얼마나 인간의 식욕 조절 회로를 고장 내고 음식 중독을 퍼뜨리는지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식욕에 대한 이해가 비만 문제 해결 핵심

 

최 교수를 ‘의사 과학자’로 이끈 것은 환자가 서랍 속에 몰래 숨겨둔 과자였다. 2002년부터 2015년까지 내분비내과 의사로 근무했던 그는 수많은 당뇨병 환자를 만났다. 그중 한 중증 당뇨 환자는 살고 싶다면서 병원에 입원까지 자처했다.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이들을 봤던 환자는 혈당 조절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다며 직장에 병가까지 냈다. 그런데 어느 날 병실 서랍에서 환자가 몰래 숨겨둔 과자를 발견하고 최 교수는 뒤통수를 맞는 듯했다.

 

“너무 놀랐다. 환자는 절제력이 없는 어린애나 사회생활에 문제가 있는 분도 아니었다. 오히려 기업에서 높은 자리도 맡고 있고 사회생활을 성공적으로 해온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당장 응급실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서 너무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먹지 않았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당뇨병약을 몇 달 더 주고 말고 할 것이 아니라 저 환자의 뇌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렇다면 당시 환자의 뇌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최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식욕이 쾌락과 깊이 연관되면서 모든 문제가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인간의 뇌 속에서 식욕은 ‘생존 식욕’과 ‘쾌락 식욕’이 교묘하게 겹쳐져 있는데, 산업화와 식품 산업의 변화로 쾌락적 식욕이 지나치게 비대해졌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현대사회에선 ‘식욕과 쾌락’ 깊이 연관돼

 

-최근 ‘식욕과 비만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식욕,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만약 살기 위해서 먹는다고만 하면, 우리는 아마 현미밥으로 된 건강한 식단으로만 식사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맛집을 찾거나 좀더 맵거나 단 음식에 집착하는 등 생존적인 것과는 상관없는 식생활이 많다.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쾌락을 위해서 먹는 일이 만연해 있다.”

 

-다른 동물들은 안 그런 것 같은데, 왜 인간만 음식에 집착하나?

 

“모든 동물의 경우 생존 식욕과 쾌락 식욕이 겹쳐져 있다. 그러나 수억 년 동안 맛있는 게 별로 없었다. 인간도 그렇고 대부분의 동물은 그저 살기 위해 맛없는 것들을 먹었다. 반면 인간에게는 최근 100년 사이 맛있는 것이 너무 많이 생겼다. 설탕, 지방이 많이 들어간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산업의 발달은 쾌락적 식욕을 키웠다. 입맛을 사로잡는 강렬한 단맛과 짠맛, 그리고 시각적 자극은 뇌 속 보상 체계를 자극했다. 뇌 회로를 바꾼 것이다.

 

가산을 탕진할 걸 알면서도 도박장에 들어가는 사람처럼 건강에 해로울 것을 알면서도 과자를 집어 먹는 이들이 발생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100년 전부터 쾌락을 위해 먹는 종족이 새로 생긴 것만 같다. 특히 선진국에 사는 이들 99%는 쾌락을 위해 먹지 생존을 위해 먹는 것 같지는 않다.”

 

“비만은 전 인류적 문제…설탕세 등 고민해봐야”

 

-음식 산업의 발달이 우리를 쾌락적 식욕의 노예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맛있고 고칼로리인 음식을 마음껏 먹게 됐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이처럼 맛있는 음식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도 중요하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공부를 잘하면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보상으로 받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광고는 또 어떠한가? 화려한 가공식품은 수많은 추억, 위로, 행복 등과 연관돼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어른이 돼서도 스트레스 해소 방식으로 자극적인 음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쾌락을 자극하는 맛과 사회적 보상체계가 맞물리면서 우리는 자극적 음식에 중독되기 쉬워졌다.

 

최근 뇌 과학자들은 중독의 다양한 형태에 주목하며 음식 중독 역시 중요한 연구 주제 중 하나로 다루고 있다. 또한 단순히 생존을 위한 식욕을 넘어서는 음식을 통한 쾌락을 어떻게 조절할 수 있는지가 비만 치료의 핵심 열쇠로 보고 있다. 이 쾌락 기전을 어떻게 고칠 수 있는지가 비만 치료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본다.”

 

-가공식품이 인간에게 미치는 해악이 생각보다 큰 것 같다.

 

“가공식품의 만연으로 발생하는 음식 중독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음식 중독 문제에 취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감염병처럼 비만이 번져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물론 이런 중독 확산의 뒤에는 인간의 쾌락 식욕을 자극하는 식품 산업이 있다. 쾌락을 자극해 돈을 번다는 점에서 담배 회사, 도박 업체들과 성격이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과학적으로 이런 쾌락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이 얼마나 건강에 해로운지를 밝혀내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아편이 얼마나 나쁜지 몰랐다. 담배에 세금을 붙이는 것도 담배가 많이 보급된 이후에 생겼다. 이제는 가공식품의 해악이 점차 밝혀지고 있는 만큼 담배에 건강 관련 경고문을 붙이듯이 사회적으로 변화가 필요하다.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보상으로 주는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본다. 설탕이 많은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같은 조치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15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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