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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판) 동생이 악플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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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7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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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ann.nate.com/talk/373438655



동생과는 나이터울이 좀 있지만 보통의 자매들보다 더 사이좋게 잘 지내왔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저만 그렇게 생각했을지도요...


저는 이제 40대를 코앞에 바라보고 있고 동생은 딱 서른입니다. 공부머리가 있었던 동생에 비해 저는 공부에 뜻도 없고 머리도 안되어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고 결혼도 일찍 했습니다.

그렇게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대학 간 동생에게 할 수 있는 건 아낌없이 지원해줬고,남들보다 더 잘 꾸미고 더 좋은 가방 더 좋은 패딩 입고 다니는 동생을 보며 내심 뿌듯했어요.

부모님께서도 동네에서 항상 이 집은 자매가 우애가 좋으니 보기 좋다는 칭찬을 들으셨고요.


그렇게 자식처럼 아껴온 제 피붙이가 몇달 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습니다.

다행히 제부 될 사람이 일찍 발견해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저를 포함한 친정 식구들 모두 결혼을 준비중에 있던 동생과 예비 제부 사이에 뭔가 문제가 생겼거나, 당시 동생을 힘들게 하던 회사 상사가 있었는데 그 사람과 심한 트러블이 생겼다고 추측했습니다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이 무슨 일인지만 말하면 도와주겠다, 파혼해도 좋고 퇴사해도 좋으니 제발 말해보라고 울며 매달리셨고 동생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사실 10년쯤 전 저는 제 블로그와 sns에 악플 테러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지금의 남편이 운영했던 작은 카페 일을 도와주며 카페 홍보글을 여러 번 올렸는데

거기에 공개된 제 사진에 얼굴이 못생겨서 커피도 맛없을 것이다, 이 여자 보기 싫어서 저 카페 안 간다, 카페 앞에서 기다리다 패고 싶다...등의 악플을 받았습니다. 더 기억나는 건 없지만 상당히 심한 악플이 꽤 많이 달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동생의 말로는 그 악플을 모두 자기가 썼다고 합니다. 재수 중에 스트레스가 심했고 자기는 재수생 신분으로 죽도록 공부만 하는데 남편 잘 만나 호강하는 제가 미워져서 몇 번 비난하는 댓글을 썼는데, 제가 고소도 하지 않고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자 점점 심한 댓글을 쓰게 되었다고요.

댓글을 쓰고 나면 속이 후련해져서 공부도 잘 되고 스트레스도 풀려서 그만두지 못하고 계속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는데 동생이 자기가 쓴 댓글 내용을 꽤 상세히 기억하고 있더군요. 저는 그 악플에 대해서 남편 외에는 누구와도 말한 적이 없기 때문에 동생의 말은 사실인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악플이 달렸던 기간도 1년이 좀 안되는 정도였고요.


어머니가 말 그대로 동생을 쥐잡듯 때리셨습니다. 아버지가 말리고 저는 예비 제부에게 전화해 빨리 와서 동생을 데려가라고 했고, 그날 제부에게 동생이 업혀 나간 이후로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습니다.

통화는 몇 번 했는데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더라고요. 10년간 매일매일 죽고 싶었다고, 제가 용돈을 주거나 선물을 사줄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최근 몇년은 환청이 들리기 시작해 가족들 모르게 병원도 다녔다고 합니다.

학생 때는 오히려 남들보다 통통했던 동생이 지금은 거의 뼈만 남았습니다. 


오랜 시간 생각했는데 호구같겠지만 저는 동생을 용서하고 싶습니다. 남편도 동의했고요. 악플은 제가 확인하고 바로 삭제하거나 글 자체를 내렸기 때문에 그 댓글들이 실제로 영업에 방해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카페는 결국 폐업했지만 그 이유도 지금은 돌아가신 시어머니께서 암진단을 받으셨을 때 시댁 근처로 이사를 가기 위해 문을 닫은 것이었지, 장사가 안되어서는 아니었습니다.

블로그와 sns는 아이를 낳으며 모두 탈퇴하고 아이 이름으로 아이디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에 지금 그 댓글을 확인할 방법도 없습니다.


그렇게 결심했는데도 불쑥불쑥 괴로운 마음이 듭니다. 배신당한 기분이 들고요. 동생에게 해준 것들이 여전히 아깝지는 않지만 과연 내가 진작 알았더라도 그렇게 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힘들어집니다.

용서한다 한들 앞으로 동생과 다시 예전처럼 지낼 자신도 없고요. 동생은 제가 그동안 해준 것들, 대학 등록금과 결혼 자금 등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하지만 받고 싶지도 않습니다.

결혼식은 미뤄졌고 예비 제부와는 일단 같이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제부도 결혼에 확신이 없어 보입니다. 


차라리 평생 감췄으면 좋았을 텐데 싶다가도, 어려서부터 겁이 많았던 동생이 그런 선택을 시도할 정도였으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아침이면 오늘은 꼭 전화해서 용서하겠다고 해야지 싶었다가 밤이면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랬느냐고 따지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이 마음이 비워질까요?

동생과 연을 끊고 싶지는 않습니다. 동생의 30년은 동생이 저희 부모님의 딸로 산 시간이기도 하지만 제 가장 가까운 피붙이로 그 어떤 친구보다 더 소중한 사람이었던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없앨 수 있겠나요.


가끔 인스타로 보는 판에는 별난 가족 이야기가 많이 올라오더군요. 그런 가족 때문에 힘들어보신 분들, 죽도록 미웠던 가족을 용서해보신 분들이 제게 조언을 주셨으면 합니다.

어떻게 해야 용서할 수 있는지, 어떻게 용서해야 이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깨끗이 사라질지... 부끄러운 가정사를 꺼내놓으며 조언을 구해봅니다.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FMzQ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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