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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벌거벗은 남자들] ‘젖년이’ 이게 웃겨? 너만 웃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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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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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310/0000120288

 

지난달 26일 공개된 SNL 9화에서 안영미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의 주인공을 패러디한 '젖년이'로 등장했다.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지난달 26일 공개된 SNL 9화에서 안영미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의 주인공을 패러디한 '젖년이'로 등장했다. ⓒ사진 쿠팡플레이 캡처



삼진아웃. 하니, 한강, 정년이 희화화까지, 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이하 SNL)'가 대중에게 삼진아웃 당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SNL 9화에서 안영미 배우는 드라마 '정년이'의 주인공을 패러디한 '젖년이'로 등장했다. 드라마의 핵심 소재이기도 한 창극을 개사해 '이리 오너라 벗고 허자'와 '허붕가붕가'를 연신 외치며 웃음을 유도했다. 이를 본 정이랑 배우가 '보기만 해도 임신할 것 같다', '출산 정책에 도움이 될 듯싶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극의 전개 역시 비슷했다. 성적으로 여성의 몸을 우스꽝스럽게 그려내는 것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 장면을 본 뒤 남은 감정은 씁쓸함이었다. SNL이 성인을 위한 콘텐츠임을 감안하더라도, 별안간 "섹스!" "붕가붕가!"하고 외치는 것이 웃음의 포인트가 되기는 어려워 보였다. 앞서 등장한 '초년이' 캐릭터가 사회 초년생의 애환을 표현했고, 뒤이어 등장한 'N잡년이' 캐릭터가 수많은 자격증을 갖고도 돈을 벌어 아파트 한 채 살 수 없는 현실을 그려낸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제작진에게 묻고 싶다. 정년이라는 이름을 '젖년이'라고 바꾸는 것이 웃긴가. 연신 '붕가붕가'를 외치는 것이 재밌는가. 이제 더는 '섹스'를 문자대로 발음하고 날 것의 동작을 취한다고 해서 웃기지도, 그렇다고 진실로 섹슈얼하게 느껴지지도 않는 시대다.
 

 



정년이 뿐이 아니다. 불과 몇 주 전에도 SNL은 뉴진스 멤버의 하니와 한강 작가의 묘사에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지예은 배우는 시종일관 어눌한 말투로 하니의 서툰 한국어를 따라하며 연기했다. 이를테면 '그리고 저가 너무 슬펐습니다'라고 진술한 다음 훌쩍거리는 것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아이돌 따돌림을 증언하기 위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하니의 대담하고 용기있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미숙하고 어린 여성'의 이미지만 남겨두었다. 하니가 베트남계 호주인임을 고려하면 그의 말투를 따라하는 것이 마치 인종차별처럼 보이기도 했다.

뒤이어 방영된 뉴스보도 형태의 'Weekend Update' 코너에서는 한강 작가의 외형을 그대로 재현하듯 분장한 김아영 배우가 인터뷰하는 모습이 나왔다. 대사는 한강 작가가 실제로 남긴 수상 소감과 거의 흡사했고, 억양과 톤, 자세까지 똑같이 구현하고자 노력한 모습이 화면에 담겼다. 실눈을 뜨고 구부정한 자세로 외형과 말투만을 따라하는 연출은 즐거운 웃음보다는 쓴웃음과 불편함을 느껴지게 했다.

아니 사실 인종차별이니, 희화화를 다 떠나서 그냥 재미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인물들을 따라하고, 특정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어떤 재미 요소를 말하고자 했는지가 전해지지 않았다. 그래서 하고자 하는 코미디가 무엇인지 전달하는 것에 실패했다.
 

 



더군다나 묘사하는 인물이 비꼴 이유가 있거나, 우리를 실질적으로 힘들게 한 다소 악당과 같은 위치에 놓여있어야 그나마 통쾌함이라도 자아낼 텐데, 이번에 묘사된 인물들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현재 SNL이 선보이는 코너가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에 대한 풍자인지, 희화화인지, 조롱인지 연신 논란이 되는 까닭은 어쩌면 계속된 동어반복과 자가복제의 한계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2011년 <여의도 텔레토비>를 선보이며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의 유명 정치인을 풍자하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어 '풍자 코미디'의 대표격으로 자리매김한 SNL이다. 이때는 단지 인물들의 외양을 따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텔레토비라는 별개의 콘텐츠를 대선 후보들의 캐릭터와 접목해 하나의 콘셉트로 묶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사회비평적인 요소까지 담아냈다. 퇴근 후 편안한 마음으로 꺼내 본 SNL이 주었던 즐거움을 기억하는 시청자로서, SNL이 이때의 품격과 위상을 되찾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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