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판사' 11.9%로 종영, '사이다' 호평에 폭력 수위 높다는 지적도
박진표 감독 "죄인의 악행 덜어내면 빛나의 처단 과도하게 느껴질까봐"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사의 몸에 들어간 악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간 죄인들을 처단, 지옥으로 보내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다뤄진 교제 폭력, 보험 살인, 아동학대 등 실제 현실에 있을 법한 사건들을 다뤄 시청자들을 몰입시켰다. 다만 폭력 연출 수위가 높고, 또 죄인들을 처단할 때 장면 연출 역시 잔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주인공 강빛나 캐릭터(배우 박신혜)가 죄인을 처단하는 장면 역시 화제가 되었는데 사법 체제의 약점을 보면서 답답해진 시청자들이 잔인한 처단을 보면서 '사이다'라는 평을 받았다. 다만 동시에 사적 제재를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역시 나온다. 미디어오늘은 5일 박진표 감독과 서면 인터뷰를 통해 관련 지적들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박 감독은 수위 높은 장면들에 대한 질문에 “연출하는 데 있어 큰 고민 중 하나는, 죄인들의 악행을 너무 덜어내면 반대로 빛나의 처단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고민이었다”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빛나의 처단을 납득시키면서도 실제 현실의 잔혹함은 덜어내는 방향으로 조율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고 답했다.
박 감독은 “피해자의 아픔을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죄인의 악행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은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적 제재를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관련해 박 감독은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사적제재를 정당화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사적제재를 정당화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 연출함에 있어서도 많은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이어 “요즘 세상이 사적제재를 원할 만큼 지옥보다 더 지옥 같은 현실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며 “사적제재를 옹호하기보다는, 복잡 다난한 현실에서 범죄와 피해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서 한다온 경위나 김소영 경감 같은 경찰의 책무를 다하는 캐릭터의 역할이 그래서 더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해소되지 못한 현실의 갈증을 인간이 아닌 악마라는 존재를 통해서 풀어내려 했던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감독은 '지판사'의 연출을 맡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가가 쓴 기획의도 중 다음과 같은 부분을 꼽았다.
“인간이길 포기한 자들에게 교화될 기회를 주기 전에 자신에게 남아있었던 삶의 기회를 빼앗긴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가 먼저이길 바란다. (...) 당신이 불편하길 바란다.”
박 감독은 “이 기획의도를 끝까지 잊지 않고 지켜내야 '지판사'가 완성될 수 있다 믿었고 대본을 보고 또 보면서 기본에 충실했다”며 “또한 아무도 가보지 않은 지옥의 비주얼과 지옥세계관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vfx(시각효과)와 특수분장, 미술, 소품, 의상, 분장에 공을 많이 들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드라마 13부에 등장하는 대사를 하나 꼽았다. 빛나의 재판, 정태규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기 전 “결국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억울하게 생명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애도와 죽음 같은 삶을 살아온 피해 유가족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피해자와 피해 유가족이 용서하지 않은 죄는, 법 또한 용서하지 않는다”라는 대사다.
박 감독은 “빛나와 제작진, 작가, 연출인 저는 결국 이 대사를 하려고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아주 조금씩 한 발자국 내딛으려 힘을 내고 있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그런 누군가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정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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