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민솔 기자] 중국 시장 위축으로 프리미엄 화장품 판매가 주춤한 사이 '중저가 제품'이 약진하고 있다. 뷰티업계 양대 산맥인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에서도 프리미엄 라인보다는 중저가 제품 성장세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컬리 뷰티 페스타 2024' 부스. (사진=연합뉴스)
4일 공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매출액이 1조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성장했다. 이 기간 주요 자회사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인 곳은 '에스쁘아'로, 전년 대비 매출이 45.5% 성장한 195억원을 기록했다.
에스쁘아는 제품 대부분이 5만원 이하인 '중저가' 브랜드다.
에스쁘아 대표 제품들. (사진=에스쁘아 홈페이지 캡처)
이 기간 설화수·헤라로 대표되는 아모레퍼시픽의 '럭셔리 부문' 매출은 3176억원으로 전년 대비 6% 성장했지만, 이는 아이오페·홀리추얼이 럭셔리 부문으로 집계되면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IR 보고서를 통해 "아이오페·홀리추얼 럭셔리 부문이 이관된 브랜드 재분류 영향을 제외하면 동일 기준 럭셔리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하락했다"고 밝혔다.
IR 보고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3분기 뷰티 부문 매출 6506억원 중 50%가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 '더후'에서 나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3253억원이다. 반면 지난해 같은 기간 뷰티 매출 6702억원 중 55%가 '더후'로, 매출을 환산하면 약 3686억원이다. '더후' 브랜드 매출은 2022년 3686억원에서 2023년 3253억원으로 1년 새 11.7% 빠진 것이다.
LG생활건강에서 지난해 3분기 '더후'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높은 브랜드는 오휘(4%)·숨37°(3%) 등 프리미엄 라인이었다. 반면 올해는 더페이스샵(9%), 빌리프(3%) 등 대표 제품이 2~3만원대 아래인 중저가 브랜드가 LG생활건강 뷰티 부문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을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부진, 인디 브랜드의 성장이 겹쳐지면서 가성비 화장품이 득세하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K-뷰티의 주역은 대기업이 만든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가 아닌 중소기업의 중저가·가성비 브랜드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10대 수출품목 중 1위는 화장품으로, 수출 규모는 지난해보다 30.8% 증가한 33억달러(한화 약 4조5200억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브랜드가 최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인수한 브랜드 어뮤즈(AMUSE)다. 어뮤즈는 '장원영 틴트'라는 별명이 붙은 '젤핏 틴트', '세라믹 스킨 퍼펙터 쿠션', '듀 젤리 비건 쿠션' 등을 대표 제품으로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로, 최근 5년간 연평균 성장률 176%를 기록했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할 수 있고,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는 인디 브랜드가 약진하면서 중저가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소비의 양극화가 생기고 있어서 저렴하지만 다양한 제품을 쓰고 싶은 소비자들이 가성비 화장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뷰티가 해외에서 점점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중국에서 매출이 빠진 대신, 북미·유럽 지역에서 중저가·프리미엄 가리지 않고 K-뷰티 시장 자체가 상승세를 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1104500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