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IB) 본부가 올해 들어 집중한 고려아연(010130)과 하이브(352820) 관련 딜로 논란에 휩싸였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와 유상증자를 동시에 담당하면서 불공정 행위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3900억원 규모 하이브 전환사채(CB)도 떠안으면서 수익성에도 물음표가 켜졌다. 투자 시장 침체에 IB 부문의 사내 입지마저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개매수 존재감 키우려던 미래에셋의 ‘욕심’
미래에셋증권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주관 계약 사실은 증권가에서 소소한 화제였다. 그간 미래에셋은 IB 위주로 사세를 확장해왔지만, 유독 공개매수 시장에선 날개를 펴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공개매수 시장 점유율은 NH투자증권이 80%를 넘기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카운터파트인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역시 NH투자증권과 공개매수 주관을 맺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이 ‘대어급’ 고려아연과 맞손을 잡으며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가격을 수차례 상향 조정하고, 공개매수에 이어 유상증자 업무까지 미래에셋증권에 맡기면서 짭짤한 수익이 예상됐다.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모두 조단위에 달하는 만큼 하반기 최대 딜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검사가 시작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브리핑에서 “고려아연과 미래에셋증권은 동등한 입장이라고 본다. 공개매수와 유증을 동시에 진행한 증권사가 (각각 업무를) 독립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미래에셋증권에도 책임소지가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고려아연 측은 미래에셋증권의 실사 시작일인 10월 14일은 유상증자 관련 검토가 아닌 자사주 공개매수에 든 차입금과 관련한 부채조달 관련 작업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주 부채 조달을 검토한 것도 공개매수 기간 내였다는 점에서 투자자를 기만했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만 좋은 꼴”…4회차 CB 딜도 구설수
미래에셋증권이 주관한 하이브 CB 발행 과정에서도 구설수는 이어졌다. 미래에셋증권은 하이브의 3회차 CB 발행을 주관한 이력을 발판 삼아 이번 4회차 CB 발행 주관 자격도 따냈는데,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이 3900억원을 전액 자기자본(PI)으로 인수한 뒤 별도의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셀다운(재매각)을 진행해 사실상 하이브만 좋은 거래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의 하이브 3회차 CB 딜 역시 수익성은 좋지 못 했다. 당시 미래에셋증권은 고유자금 1500억원을 태워 주관 업무를 따냈는데, 만기 이자율과 표면 이자율이 모두 0%로 사실상 하이브에 무이자로 차입을 해준 셈이 됐다. 이후 3회차 CB 조기 상환이 결정되자 같은 규모의 4회차 CB로 차환에 나섰지만,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공방과 BTS의 군 공백 등으로 하이브 실적과 주가가 모두 빠지면서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증권 내 IB본부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IB 인력의 상당수가 타 증권사로 이직한 것으로 안다”며 “자산관리(WM) 부문으로 힘을 실어주며 IB본부의 위상이 예전같이 않은 상황에서 여러 논란에도 휩싸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허지은(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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