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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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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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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한겨레 원문 기사전송 2024-11-05 05:05 최종수정 2024-11-05 07:40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생각하는황소’ 학원 입학 테스트 현장.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11월 첫 일요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건물 주변은 인파로 북적였다. 초등 2~3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학학원의 정규 입학시험을 치르려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었다. 시험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에 가까워지자 몇몇 부모는 늦지 않으려고 아이 손을 잡고 달리기도 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가을은 사교육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학원 입학시험에 몰린 1800명

 


 

낮 12시18분. 40대 남녀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까지 건물 안 엘리베이터 앞에 양옆으로 늘어선 채 통로를 만들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 초콜릿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이어 어른 어깨에도 못 닿는 키의 아이들이 하나둘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시험 잘 봤어?”라는 질문으로 뒤덮였다.


 

이 학원은 “초등학생 대상 선행·심화 전문 수학학원”이라 자칭하는 ‘생각하는황소’(황소수학)다. 이날 대치본관과 3관에서 약 1800명이 시험을 봤다. 모집 정원은 330명으로 5배 넘는 지원자가 몰려, ‘황소 고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지난달 시험 접수 날짜에도 접속이 쏟아져 학원 누리집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4세 고시’부터 시작되는 레이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사교육 바람은 다른 지역에 영향을 준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학원 입학시험인 ‘레테’(레벨테스트) 준비 강사로 일하고 있는 윤아무개(27)씨는 “대치동에서 유행하는 학원, 교수법 등이 1~2년 시차를 두고 서울 잠실, 경기도 분당 등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간다”고 말했다.


 

에스엔에스(SNS)에는 대치동 초등 사교육 로드맵까지 나와 있다. 이른바 ‘세번의 고시’로, 좋은 영어유치원에 보내려는 ‘4세 고시’, 초등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 황소수학 입학을 위한 ‘황소 고시’ 등이다. 여기에 이들 학원의 입학시험을 도와주기 위한 보조 학원이나 과외도 성행하며 대치동 사교육 생태계를 촘촘하게 만든다. 중고생 위주의 사교육 시장이 초등은 물론 그 아래까지 확산된 것은 이미 ‘한물간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초·중·고교생은 81만여명에서 2010년 73만여명, 2020년 54만여명, 2024년 52만여명(추정치)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이에 대해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령인구가 줄면서 낮은 연령부터 사교육을 하도록 부추겨야 ‘사교육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1천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2023년 5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 7월에도 한달 동안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선행학습 유발 광고 및 학원 등 특별점검을 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다.


 

 

 

 

 


 

동시에 한국 사회가 변해야 사교육 시장도 바뀔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적인데다 성공의 경로가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식으로 너무 단순해 사교육 시장이 손쉽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근 영국, 미국 교육계를 중심으로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자기 소질을 발휘하고 잠재력을 끝까지 키워줄 수 있는 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우리 사회도 교육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폭넓게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https://news.nate.com/view/20241105n01573?mid=n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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