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3,988 51
2024.11.05 08:56
3,988 51

대치동은 지금 '레테'의 계절…수능 고사장 방불케 하는 '황소 고시'

한겨레 원문 기사전송 2024-11-05 05:05 최종수정 2024-11-05 07:40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생각하는황소’ 학원 입학 테스트 현장.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11월 첫 일요일인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건물 주변은 인파로 북적였다. 초등 2~3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학학원의 정규 입학시험을 치르려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었다. 시험 시작 시각인 오전 11시에 가까워지자 몇몇 부모는 늦지 않으려고 아이 손을 잡고 달리기도 했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가을은 사교육을 향한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학원 입학시험에 몰린 1800명

 


 

낮 12시18분. 40대 남녀와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까지 건물 안 엘리베이터 앞에 양옆으로 늘어선 채 통로를 만들었다. 이들은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며 아이들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장난스러운 미소를 띤 채 초콜릿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이어 어른 어깨에도 못 닿는 키의 아이들이 하나둘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아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시험 잘 봤어?”라는 질문으로 뒤덮였다.


 

이 학원은 “초등학생 대상 선행·심화 전문 수학학원”이라 자칭하는 ‘생각하는황소’(황소수학)다. 이날 대치본관과 3관에서 약 1800명이 시험을 봤다. 모집 정원은 330명으로 5배 넘는 지원자가 몰려, ‘황소 고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지난달 시험 접수 날짜에도 접속이 쏟아져 학원 누리집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4세 고시’부터 시작되는 레이스

 


 

‘사교육 1번지’ 대치동의 사교육 바람은 다른 지역에 영향을 준다. 이곳에서 나고 자라 학원 입학시험인 ‘레테’(레벨테스트) 준비 강사로 일하고 있는 윤아무개(27)씨는 “대치동에서 유행하는 학원, 교수법 등이 1~2년 시차를 두고 서울 잠실, 경기도 분당 등 다른 곳으로 퍼져 나간다”고 말했다.


 

에스엔에스(SNS)에는 대치동 초등 사교육 로드맵까지 나와 있다. 이른바 ‘세번의 고시’로, 좋은 영어유치원에 보내려는 ‘4세 고시’, 초등 영어학원 입학을 위한 ‘7세 고시’, 황소수학 입학을 위한 ‘황소 고시’ 등이다. 여기에 이들 학원의 입학시험을 도와주기 위한 보조 학원이나 과외도 성행하며 대치동 사교육 생태계를 촘촘하게 만든다. 중고생 위주의 사교육 시장이 초등은 물론 그 아래까지 확산된 것은 이미 ‘한물간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초·중·고교생은 81만여명에서 2010년 73만여명, 2020년 54만여명, 2024년 52만여명(추정치)으로 계속 줄고 있다. 이에 대해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은 “학령인구가 줄면서 낮은 연령부터 사교육을 하도록 부추겨야 ‘사교육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는 상황까지 와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는 총 27조1천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정부가 2023년 5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했는데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셈이다. 교육부는 지난 7월에도 한달 동안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를 통해 선행학습 유발 광고 및 학원 등 특별점검을 했지만,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다.


 

 

 

 

 


 

동시에 한국 사회가 변해야 사교육 시장도 바뀔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는 “우리 사회가 너무 경쟁적인데다 성공의 경로가 좋은 학교,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식으로 너무 단순해 사교육 시장이 손쉽게 바뀔 거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며 “최근 영국, 미국 교육계를 중심으로 출신 배경과 상관없이 자기 소질을 발휘하고 잠재력을 끝까지 키워줄 수 있는 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 우리 사회도 교육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폭넓게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https://news.nate.com/view/20241105n01573?mid=n0412

목록 스크랩 (0)
댓글 5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최강 두뇌 서바이벌의 귀환! Wavve 오리지널 <피의 게임3> 탈출 시사회 이벤트 101 01:32 8,59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455,57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196,96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351,499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701,93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3 21.08.23 5,123,87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120,53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7 20.05.17 4,698,21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161,34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906,369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5580 기사/뉴스 [공식] 민희진 "'특정 회사와 계약한다' 소문? 사실 아냐…누구와도 접촉 無" (전문) 42 13:35 1,604
315579 기사/뉴스 NCT 유타, 美그래미닷컴서 첫 솔로앨범 ‘Depth’ 극찬 4 13:30 278
315578 기사/뉴스 '모닝와이드', 간접광고 물의...방심위 "홈쇼핑 수준" 5 13:29 656
315577 기사/뉴스 하이브 CEO "본질 집중해 묵묵히 사업…뉴진스 성장에 최선" 32 13:29 733
315576 기사/뉴스 NCT 도영, ‘시리도록 눈부신’ MV 티저 공개..한 편의 동화 2 13:28 151
315575 기사/뉴스 엔시티 127, 내년 1월 고척돔서 네 번째 월드투어 포문! 전 세계 강타할 ‘모멘텀’ 4 13:26 318
315574 기사/뉴스 “아끼다 똥됐다”…쌓는거 보다 쓰는게 더 어렵다는 아시아나 마일리지 25 13:24 1,999
315573 기사/뉴스 "다 컸는데 안 나가요" 청년 30.2% "주거 독립 필요치 않다" 19 13:18 946
315572 기사/뉴스 [KBO] '약물 대리 처방' 오재원 때문에…김인태-박계범 등 8명 '사회봉사' 징계, KBO "강압·협박 고려" [공식발표] 22 13:13 1,400
315571 기사/뉴스 페루 축구 경기 중 벼락 맞은 선수 사망[영상주의] 17 13:09 2,779
315570 기사/뉴스 정해인 ‘할머니 동묘st 지디의 뒤를 이른 할아버지 동묘st’[포토엔HD] 29 13:08 2,593
315569 기사/뉴스 '불륜 논란' 아리아나 그란데, "비판 이해해...그래도 '위키드' 애정해 달라" [할리웃통신] 8 13:05 1,474
315568 기사/뉴스 박진영 “내 신곡보단 있지 신곡 잘되는 게 중요”(‘라디오쇼’) 7 13:02 1,385
315567 기사/뉴스 박신혜, '지판사' 통해 '흥행 불패' 재입증… 인생 캐릭터 경신[스한:초점] 12 12:49 547
315566 기사/뉴스 "논란 많은데 무슨 으뜸기업?" 하이브 으뜸기업 취소 청원 4만명 넘어 21 12:41 878
315565 기사/뉴스 스벅·투썸·폴바셋, 스마트오더에 취소기능 도입하기로 35 12:40 3,354
315564 기사/뉴스 [단독]변우석, 소아환우 위해 3억원 기부 38 12:35 1,305
315563 기사/뉴스 [단독] 장률, 서현진의 남자 된다..'러브 미' 주인공 낙점 15 12:34 1,989
315562 기사/뉴스 ‘지금 거신 전화는’ 유연석→채수빈, 4人4色 캐릭터 포스터 4 12:29 758
315561 기사/뉴스 박진영 "트와이스, 저작권료 1위..기존 곡 수입 100배" ('라디오쇼') 26 12:02 2,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