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8중 추돌’ 사고를 낸 20대 여성 운전자가 면허를 한 번도 취득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4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강남 8중 추돌 사고 운전자에 대해 "운전 학원에서 운전을 배우긴 했는데 면허는 취득하진 못했다"며 "자동차는 모친 소유"라고 밝혔다.
특히 이날 오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등 혐의를 받는 김모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티셔츠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법원 앞에 나타나 "사고 내고 왜 도주했나" "신경안정제 복용했나" "피해자에게 할 말 없나"라는 등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일 오후 1시 39분쯤 강남구 역삼동 국기원입구사거리에서 강남역 12번 출구로 향하는 테헤란로에서 차량 7대와 오토바이 1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역주행한 혐의를 받는다. 이 사고로 9명이 부상을 입었다.
목격자가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김 씨는 여러 대의 차를 들이받은 뒤 멈추지 않고 또다시 후진해 뒤에 있던 차와 부딪히는가 하면, 방향을 바꿔 중앙 화단을 들이받더니 다시 차단벽과 충돌하기도 했다.
한 시민이 다가와 차 문을 열고 내리라고 하는데도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응하지 않았고, 급기야 그대로 후진했다. 끌려가던 시민이 차 안으로 다리를 집어넣어 브레이크를 밟은 뒤에야 김 씨의 차는 멈춰 섰다.
김 씨는 경찰이 도착한 뒤에도 차량에서 나오지 않고 버티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사고 당일 오후 1시쯤 무면허 운전 중 송파구 거여동 한 이면도로에서 4세 자녀를 태운 유모차를 밀던 3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나던 중이었다.
운전학원에 다녔지만 면허를 취득하지 못한 김 씨는 당일 ‘택시를 타고 가라’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차를 운전해 거여동 어머니 집에서 강남구 논현동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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