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성실하게, 꾸준히 나아가야만 한다고 다짐합니다. 멈춰있지 않으려고 해요."(이하 진선규)
진선규는 지난 2004년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올해로 딱 20년 차를 맞았다. 지난 2017년(범죄도시)부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영화, 드라마, 뮤지컬, 연극 등을 모두 소화했다. 주연 자리까지 꿰찼다. 바쁜 와중에도 20년째 극단 '간다'를 이끌고 있다. 계속 무대에 올랐다.
"'왜 아직 (작은) 작품들을 하냐'라는 종종 말도 듣습니다. 저는 몸을 쓰는 것이 정말 재밌습니다.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기 때문이죠."
영화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로 파격 변신에 도전했다. 동시기 타 작품에선 전혀 다른 얼굴을 완성했다. 진선규의 연기 진가를 드러냈다.
"힘들지 않았냐고요? 배우로서 작품을 연달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 그저 좋았습니다. 성실함과 꾸준함이 쌓이면 재능이 된다고 믿거든요."
'디스패치'가 진선규의 연기 인생을 들었다.
◆ "성실함은 기술이 된다"
진선규는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한다. 국적조차 가늠을 못 할 정도로 연기했다. 선하고 순수한 얼굴부터, 악한 빌런까지 폭넓게 소화한다.
'아마존 활명수', '전, 란', '경이로운 소문', '카운트', '압꾸정', '공조2: 인터내셔날', '달짝지근해: 7510', '승리호', '남한산성', '극한직업', '범죄도시'….
"저는 (캐릭터) 분량보다는 제가 재밌다고 느끼는 캐릭터를 택했어요. 어디에 서 있든 괜찮습니다. 그러면서 얻어지는 게 정말 크거든요."
연기를 할 수 있는 것에 행복했다고 웃었다. "안 그러면 도태될 것 같은 느낌이다. 즐겁게 연기할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하고 도전했다"고 전했다.
"배역을 맡을 때마다 달라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인물이 쳐다볼 수 있는 시선, 편견, 가치관을 가지는 게 어떤 걸까 고민하고 풀어내려 합니다."
그 다짐을 바탕으로 만난 작품이 '아마존 활명수'다. 또 도전이다. 이번엔 낯선 원주민 언어를 쓴다. 통역사 '빵식' 역으로 웃음 코드를 저격했다.
◆ "현장에서 만들어 나간다"
'아마존 활명수'는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 분)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실, 작품 선택 전부터 부담이 컸다고 털어놨다. "저는 코미디를 잘 하는 배우가 아니다. 무게감 있는 배역보다 작은 웃음을 만드는 게 힘들다"고 짚었다.
진선규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편이다. 함께 연습하며 만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류)승룡 형과는 '극한직업' 호흡에 맞춰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알렸다.
그의 예상이 맞았다. "류승룡이 가진 코미디 호흡, 표현 방법을 던져주면 그렇게 해봤다. 다른 것도 시도하고, 서로 의견 나누면서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저는 지식적으로, 기술적으로 연기력이 뛰어나지 않거든요. 무기라고 한다면, 현장에서 상대를 그 배역으로 바라보는 순간부터 이루어지는 연기랄까요?"
진선규는 "리허설을 많이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상대방과 호흡하면서 '이런 반응이 나오는구나'하며 바꾸고, 또 바꾸면서 좋은 것을 찾아갔다"고 떠올렸다.
◆ "휴머니즘에 웃음 더했다"
진선규는 포르투갈어, 과라니아어, 한국어 대사를 모두 소화한다. "너무 어려웠다. 흔히 들어본 언어가 아니라서 음절을 통으로 외워야됐다"고 말했다.
이어 "과라니아어를 쓸 수 있는 분은 한국에 1명 있다. 그분으로부터 계속 녹음본을 받았다. 애드리브도 요청해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고 떠올렸다.
빵식은 극중 아마존 3인방의 한국 생활을 돕는다. 엉터리로 통역해 웃음을 자아내고, 유쾌하고 밝다. 뽀글머리에 화려한 스타일의 옷으로 시선도 끈다.
그는 "감독님께 '그쪽의 피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머리카락을 가늘게 파마하고, 실핀으로 일일이 말았다. 의상도 매일 바꾸려 했다"고 설명했다.
걱정도 있었다. "이 작품엔 휴먼도 있다. 타당성 있게 코미디 호흡을 가져가려 했다. '극한직업' 조합이라 코미디가 부각될 것 같아 부담됐다"고 전했다.
진선규는 "빵식이 단순히 희화화될까 봐 고민도 됐다. 다행히 휴머니즘 담긴 웃음, 스포츠 감동, 지구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관통해서 좋았다"고 짚었다.
◆ "멈춰 있지 않을 것"
진선규는 선과 악을 끊임없이 넘나드는 배우다. 매번 다른 얼굴을 그려낸다. 믿고 본다는 평도 얻었다. 그 바탕에는 진선규의 성실함과 노력이 있었다.
그의 원동력은 후배들이라고 밝혔다. "후배 배우들을 보면서 절대 허투루 하면 안 된다고 느낀다. 성실하게 나아가야 한다 다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 많다. 나중에 제가 그저 오래된, 선배 배우로만 남지 않길 바란다. 그래서 절대 멈춰있지 않으려 한다"고 전했다.
목표도 전했다. "리허설을 많이 하고 싶다. 각자 준비해 온 것들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분량이 적은 배역과도 함께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극도 계속할 계획이다. "무대는 제 시작점이다. 텅 빈 무대를 채워나가고, 관객들과 호흡하며 만들어나가는 것이 좋다. 그것이 예술"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왜 연기를 좋아하고, 행복해하는지를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역할 크기보다는, 도전하고 싶은 배역을 선택해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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