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광진구에 사는 직장인 김민지 씨(가명)는 최근 본인이 구독 중인 유료 멤버십을 싹 한번 정리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유튜브 프리미엄과 쿠팡 와우 가격이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참에 ‘구독 다이어트’에 나서기로 하고 멤버십 비용으로 한 달에 얼마나 내고 있는지 계산해봤다.
계산 결과는 충격적. 한 달에 10만원 가까운 돈을 구독 경제에 지불하고 있었다. 유튜브와 쿠팡에 더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카카오 이모티콘 플러스,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OTT) 서비스 4개, 여기에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을 구독 중이었다. 업무상 활용도가 높은 챗GPT 플러스를 포함하면 월 결제 요금이 10만원이 넘는다.
김 씨는 “구독 서비스를 각각 결제할 당시에는 모두 필요해 보였고 비싸다는 인식도 없었는데, 다 모아놓고 보니 적잖은 돈이 나가고 있어 놀랐다. 남편과 상의 후 둘 모두 가입했던 쿠팡 와우는 하나만 유지하고 OTT 서비스도 2개로 줄였다”며 “구독 서비스가 너무 많다 보니 뭘 어떻게 쓰고 있는지 관리 자체가 안 된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구독 경제가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해 구독 경제 시장이 1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 거래액이 약 200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하지만 급속도로 성장한 구독 경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도 적잖다. 너무 많은 유료 멤버십에 혜택을 잊고 지나칠 때가 많고, 가랑비에 옷 젖듯 비용 부담도 급증했기 때문이다. 최근 주요 구독 서비스가 잇따라 가격을 올리면서 ‘구독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교묘하게 가입을 유도해놓고 해지·환불을 어렵게 만든 ‘다크 패턴’도 전 국민적 이슈로 떠올랐다. 구독 경제 성장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가 본격 부각되는 분위기다.
가랑비 옷 젖듯…구독 부담↑
1년에 50만원 구독하는 한국인
구독 경제는 한 달에 정해진 요금을 내면 그 이상의 혜택을 기대할 수 있는 서비스로 주목받는다. ‘구독’이라는 키워드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렌털 서비스나 유료 멤버십 모두 구독이라는 이름 아래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이제는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모를 정도로 퍼져 나가는 중이다. OTT와 음원 스트리밍을 비롯한 각종 온라인 콘텐츠는 물론 이커머스, 음식 배달, 가전, 식음료, 청소·세탁 등 생활 서비스, 커피 전문점 등 업종 불문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는 모습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급성장한 ‘온라인 플랫폼’이 너 나 할 것 없이 유료 멤버십을 도입하며 최근 구독 경제 활성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구독 경제가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다.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고객 이탈 방지를 막는 ‘록인 효과’를 누릴 수 있고 매달 고정 매출이 안정적으로 발생한다. 지난해 쿠팡이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한 배경에도 유료 멤버십인 ‘쿠팡 와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구독을 하고 나면 가입자가 예전보다 소비를 늘리는 경향도 있다. 일단 비용을 냈으니,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소비를 할 수록 이득일 것이라는 심리 때문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은 “멤버십 구독자는 비구독자보다 최소 2배, 최대 7배까지 더 소비를 한다. 자주 이용할수록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이 더 많도록 설계된 덕분”이라며 “단순 유료 멤버십 매출을 넘어, 자사 플랫폼 내 거래가 더 활성화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역시 “구독 서비스는 록인 효과로 기업에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해주는 모델”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 역시 구독 경제를 적극 도입한 기업만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피로감’이다. 모두가 구독 모델을 도입하면서 소비자가 가입하는 멤버십이 무분별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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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확히 얼마를 지출하고 있는지 모르게 되는 상황도 발생한다. 글로벌 구독 번들링·결제 전문업체인 방고(Bango)가 최근 동아시아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는 매월 평균 구독 서비스 이용 금액으로 30달러(약 4만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0만원에 달하는 액수다. 국내 소비자는 평균 3.4개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응답자 71%는 앱 하나로 모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하고 싶다고 했고, 한곳에서 모든 구독 서비스를 관리할 수 없어서 불편하다는 지적도 전체 65%가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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