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가사 전담, 22년 만에 최고
일러스트=박상훈
대전에서 자녀 둘을 키우는 아빠 김모(34)씨는 지난 4월부터 일터가 집으로 바뀌었다. 원래 하던 분식집을 그만두고, 회사에 다니는 아내를 위해 전업으로 내조를 시작한 것이다. 2년 전 첫째 아이가 태어날 땐 아내가 육아휴직을 썼는데, 8개월 전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아내와 ‘집안일 교대’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의 휴직 기간이 길어지며 ‘경력 단절’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고, 반대로 나는 10년쯤 요식 업계에서 일하느라 지쳐있었던 상황이라 서로가 행복해지기 위해 역할을 바꿨다”며 “아이들과 하루 종일 놀아줘야 하는 집안일이 쉽지 않지만, 퇴근한 아내와 아이들에게 따뜻한 저녁밥을 차려주면서 이전에 못 느꼈던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육아나 가사를 이유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국내 ‘남자 전업주부’가 올해 23만명을 넘었다. 한때 여자의 역할이란 인식이 강했던 육아와 가사를 양성(兩性)이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다 경기 둔화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갖지 못한 남성들이 일하는 아내 대신 살림을 맡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남성 가운데 ‘육아’ 또는 ‘가사’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은 약 23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22만7000명)에 비해 5000명, 작년 9월(21만1000명)에 비해 2만1000명 늘어난 규모다. 남자 전업주부는 취업자로 분류되는 육아 휴직자는 제외한 수치다. 말 그대로 전업으로 집안일을 돌보는 남성들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남자 전업주부는 남편 주부, 주부 아빠, 남자 안사람 등으로도 불린다.
1999년부터 통계 집계를 시작한 남자 전업주부는 2002년(31만8000명)까지 30만명을 넘었다. 1997년 말 외환 위기로 대기업들이 잇따라 쓰러지면서 비자발적으로 정리해고를 당해 집안일을 하던 남성들이 많았던 시기다. 하지만 외환 위기 후폭풍이 가신 2003년에는 이 숫자가 8만7000명으로 급감했다가 서서히 늘어 21년 만에 2.7배로 불어난 것이다. 올해 주부 아빠 수는 2002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많다.
하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867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