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정보와 구비서류를 요구하는데다 발급비용도 비싸기로 악명 높은게 중국 비자다. 중국 외교부는 그런 비자에 대해 지난 1일 저녁, 관광 등으로 중국에 오는 한국 여권 소지자의 경우 오는 8일부터 2025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으로 총 15일간 면제한다고 밝혔다. 중국 비자신청을 한 번이라도 직접 해 본 사람이라면 이 조치가 중국 방문 문턱을 얼마나 낮추는지 알 수 있다.
한중관계가 특히 가까웠던 역대 정부에서도 없었던게 중국 입국 무비자 조치다.
중국은 한국인 비자면제 조치를 말 그대로 '던졌'다. 이전에 비자나 단체관광 관련 조치가 이뤄질 경우에는 우리 대사관이나 현지 여행업계에 일정정도 정보가 사전 공유됐었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한국과 일본 등 친미진영 국가에 단체관광 허용을 발표할 당시에도 대사관과 사전 조율 정황이 있었고, 현지 여행업계가 쉬쉬하며 관련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등 어느정도 기류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비자면제 조치에 대해서는 전혀 사전교감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의 발표 형태도 던졌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중국은 자국 기자와 린젠 외교부 대변인 문답 말미에 "중국인과 외국인 인적왕래를 위해..(중략)..아이슬란드, 안도라, 모나코, 리히텐슈타인과 한국에 대한 비자면제 정책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치외교적으로 중국에 별다른 변수가 될 수 없고, 한국과도 지리·경제적 카테고리로 전혀 묶이지 않는 8개 나라를 나열하더니 아홉번째로 슬그머니 한국을 끼워넣었다.
중국 입국 비자 불편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국에 비자면제를 요청한 적은 없다. 경제단체들이 중국 경제단체와 교류하면서 양해각서에 희망 항목으로 끼워넣는 정도였다. 한 현지 관료는 이에 대해 "외교의 상호주의 때문인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줘야한다"며 "출입국 인원만 놓고 볼 때 만약 상호 비자면제가 된다면 우리나라에 남는 장사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기준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교민은 약 94만명, 한국을 일시 방문한 중국인의 수는 지난해 하반기만 220만명에 달했다. 반면 중국 거주 한국 교민은 지난해 집계를 기준으로 약 21만6000명 정도이며, 올해는 더 적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일시적으로 오가는 한국인 수도 중국인 입국자에 비해 매우 적다. 상호비자면제가 된다면 중국 혜택이 더 크다. 한중 경찰 교류에서 매번 상호 운전면허 인정 안건이 논의되지만 성사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혜택을 입는 중국인이 한국인에 비해 훨씬 많기 때문이다.
또 반중감정이 고조되는 한국에서 중국인들이 일단 입국했다가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남아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조성된다면 정부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상호 비자면제가 아닌 일방적 해금은 중국 측의 일정 양보로밖엔 해석하기 어렵다. 중국이 한국에 외교적 카드를 던졌다는 거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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