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노조는 지난달 31일 세 번째 성명서를 통해 “대한체육회 공정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정 회장을 끌어 내릴 ‘합법적인 수단’이 없다”며 “사회적 여론과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4연임을 추진하는 정 회장을 저지하려면 대의원총회를 통한 탄핵만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협회 정관상 대의원 18명 이상의 동의로 탄핵 안건 상정이 가능하며, 23명 이상이 찬성하면 해임이 확정된다”며 “정 회장의 리더십은 이미 실패했고,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면서 “대의원들이 역사적 소명을 인식하고 탄핵 절차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축구계는 노조의 바람과 달리 탄핵 통과가 아닌 상정도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 점치고 있다. 협회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단체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 회장이 협회 운영에서 난맥을 노출한 것은 사실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 회장이 당장 손을 뗀다면 마땅한 대안이 없다. 그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의원들이 정 회장을 지지하는 것은 결국 현실적인 문제로 풀이된다. 정 회장을 둘러싼 여론은 인지하고 있지만 꾸준히 축구에 투자하고 있는 현대가를 대체할 대안이 없다.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과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남·녀 프로팀 4개 이상을 운영하고 있고, 연령별 대표팀도 10개 이상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 축구계에 매년 15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있다”고 언급한 부분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또 다른 대의원은 “국내 스포츠계의 풍토를 살펴보면 기업별로 서로 다른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관행이 됐다. 당장 현대 대신 축구에 뛰어들 기업이 없다. 현대가 떠난다면 축구인들이 잃을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내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라이벌도 보이지 않는다. 정 회장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4선 연임은 가로막을 수 없는 기차가 됐다. 한국 축구의 불행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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