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WOC, 루이비통 포쉐트 펠리시, 디올 데일리 체인 파우치, 셀린느 월렛 온 체인…. 명품 브랜드들이 내놓은 이들 핸드백은 지갑인지 파우치인지 가방인지 헷갈릴 정도다. 휴대폰이나 립스틱, 신용카드, 현금 정도만 들어갈 만큼 작다. 통상 패션업계에선 ‘초미니백’이나 ‘마이크로 미니백’이란 이름으로 불린다.
럭셔리 브랜드들이 마이크로 미니백 라인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버버리는 최근 200만원(약 1500달러 미만) 이하 제품 라인업(공식 홈페이지 기준)을 20개까지 늘렸다. 지난해 초만 해도 라인업이 6개에 불과했지만 크게 확대했다. 100만원 미만 제품(96만원·체크드로스트링파우치)도 나오면서 엔트리급 제품 가격대가 확 낮아졌다.
구찌도 비슷한 가격대에 주력 상품을 내놓고 있다. 구찌는 이 가격대에서 27개 가방 제품군을 출시했다. 가장 저렴한 편인 오피디아 미니백(109만원)은 100만원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가격 접근성을 끌어올려 실적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이 같은 트렌드가 중산층 고객을 겨냥한 움직임이라 본다. 가격을 낮추고 싶어도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해 쉽게 인하하기 어려운 브랜드들이 엔트리급 모델을 대거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회사들이 매출의 약 70% 가량을 중산층 고객들이 떠받치고 있다고 추산하는데, 최근 이 소비자군에서 급격한 수요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통계를 보면 전세계 명품 구매의 절반 이상이 2000유로(약 300만원) 미만 제품에서 나온다. 이 가격대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이들이 약 3억300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그런데 명품 브랜드들이 제품 가격을 지나치게 올리면서 중산층 고객이 이탈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명품 브랜드들이 호황을 누리자 엔트리급 가격 하한선을 끌어올린 영향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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