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기획·제작 스튜디오S·스튜디오앤뉴)는 올해 방송된 드라마중 가장 큰 화제가 된 작품이다. 7회만에 시청률을 17.7%를 찍게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시청률 뿐만 아니라 이슈와 화제성도 모두 잡았다.
그런데 '굿파트너'는 제작사에 적자를 안겼다. '굿파트너'가 적자를 남겼다면 다른 드라마들의 수익구조는 물어보나 마나다. 업계에서는 회당 제작비가 12억원이 넘어가면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에 반드시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회당 제작비가 12억원을 초과하면 '넷플'(릭스)이나 '디플'(디즈니플러스)은 제작비를 보전해줄 수 있지만, 다른 어떤 곳도 이를 해결해줄 수 없다.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드라마 제작 책임자들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PPL을 아무리 해도 제작비 회수가 불가능하다.
그럼 회당 제작비 12억원 이하의 드라마들은 어떤 운명을 걸을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해외에 판권이 팔리는 배우들을 섭외하면 된다. 김수현, 송중기, 현빈, 송혜교, 변우석, 지창욱, 박서준, 박형식, 안효섭, 김선호 등 해외팬덤이 있는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제작비 마련이 수월해진다. 하지만 이들의 출연료는 회당 2억~5억원을 지급해야 할 정도로 비싸다. 제작자 입장에서만 보면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연기력에서는 '믿보배'급 배우들인 남궁민, 지성, 김남길, 조정석 등을 캐스팅하면 해외판매가 만만치 않다.
'굿파트너'의 회당 제작비는 10억8천만원선이다. 장나라(차은경 역)와 남지현(한류이 역) 등 주인공들이 초고액 출연료를 받는 배우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 절감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한번에 해외 판매가 안돼 쪼개어서 파는 것으로는 수익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굿 파트너'는 국내만 동시 방송되는 조건으로 넷플릭스에 팔아 그나마 약간의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VOD 수익이 전무해진다.
이 같은 생태계 구조에서 드라마 제작편수는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즘 배우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대표들을 만나면 "우리 배우들 다 놀고있어요"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고액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 스스로 낮춰주면 좋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들에게 출연료 상한선을 정해놓고 무조건 낮춰라고 요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의 콘텐츠 제작 시스템은 수익 다각화가 돼 있지 않다. 넷플릭스의 기준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가고 있다. 이렇게 회당 출연료가 4억원~5억원으로 올라간 배우들을 지상파나 케이블은 수용하지 못한다. tvN '미스터 션샤인'처럼 넷플릭스에 라이센싱으로 팔거나, 아니면 KBS '태양의 후예'때처럼 영화배급제작사인 NEW와 제작비를 분담하는 계기라도 있어야 높은 출연료를 주고도 제작이 가능해진다.
초고액 배우들의 출연료 인하 요구 못지 않게 제작사의 수익 다각화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넷플릭스가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비를 주고 IP를 가져간다고 비판하는데, IP를 소유한다면 얼마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드라마 기획단계에서 게임 등 다른 산업과도 연계해 협업을 구축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