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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와 풍자는 그 경계가 가만 보면 애매하긴 하다. 단순히 비슷하게 따라 한다는 걸 '패러디'로 명명한다면, '풍자'는 그 안에 따라하는 사람의 메시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그 사안이나 인물에 대한 좋고 싫은 감정을 비롯해, 그 영향력에 대한 평가가 은연중에 포함된다. 그런 이유로 풍자를 하던 'SNL 코리아'는 실제로 권력의 눈치를 보는 상황도 생겼다.
그런데 최근 이 '패러디'와 '풍자'의 확실한 선이 사라지는 모습이다. 함의를 담아야 할 곳에 담지 못하고, 따라 할 필요가 없는 것을 따라 해 논란을 양산한다. 그리고 그 겨냥하는 과녁이 이제는 굳이 힘 있는 사람에 머물지도 않는다. 약자일 때도 있고, 심지어는 국민들에게 기쁨을 크게 전한 명사에게 향하기도 한다.
'SNL 코리아' 정확하게 현재 방송 중인 시즌 6는 막바지 갑자기 논란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지난 10월19일 공개된 배우 김의성 편에서 국정감사장에 등장한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에 대한 패러디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더니,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 대한 패러디로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26일 공개된 배우 고준희 편에서는 이러한 논란이 더욱 구체화했다. 'SNL 코리아'에서는 현재 tvN에서 인기리에 방송 중인 '정년이'를 패러디했는데, 극 중 정년이(김태리)의 모습을 한 크루 김아영을 비롯해 여러 '정년이'들이 등장해 각자의 무대를 선보였다. 여기서 나온 논란이 다시 확산했고, 'SNL 코리아'는 총연출을 맡은 안상휘PD가 각 매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과에 나서는 등 진땀을 빼고 있다.
'패러디'는 단순 이슈가 되는 인물이나 사안을 그럴듯하게 재연하는데 중점을 둔다. 하지만 그러한 패러디가 단순히 유쾌하게 소비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하지만 하니나 한강 작가의 건에서는 이러한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하니는 소속사인 하이브의 사내 따돌림 의혹에 중심에 서 있었고, 국정감사 장소에도 피해를 증언하기 위해 등장한 '피해자'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SNL 코리아'는 베트남 출신 하니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에 집중했고, 그의 모습을 찍기 위해 노력하는 대기업 사장의 모습을 따라 했다.
사안 자체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민감한 코드 중 하나인 '따돌림'을 주제로 했고, 피해를 주장하는 상황이었기에 접근은 조심스러워야 했다. 하지만 단순히 말투만을 조롱한 듯한 'SNL 코리아'의 시선은 결국 인종차별 코드로 비판받았다. 한강 작가 역시 콘텐츠의 내용보다는 나른한 작가의 말투와 표정을 따라 하는데 그쳐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큰 의미에 대한 고찰은 빠져있었다.
'정년이'의 경우는 훨씬 직접적이고 치명적이었다. 극 중 윤정년 역을 연기한 김아영에 이어 이수지가 '초년이', 안영미가 '젖년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는데, 안영미의 캐릭터 이름은 성적인 코드의 노골적인 표현과 더불어 정년이 캐릭터의 미성년자 설정과 더불어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희화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역시 패러디물의 외적 요소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 작품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지 못한 불찰에 가깝다.
하지만 이 사안들을 모두 모아보면 사회적 약자에 대한 'SNL 코리아'의 시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하니의 입장은 피해자인 데다 우리와 다른 인종이라는 점이 중요했고, 한강 작가 역시 작품과는 별개로 그의 과거 행적으로 일부 극우단체나 정치인들의 '말 공격' 대상이 되고 있었다. 게다가 정년이의 경우는 극에서 배경이 되는 1950년대 당시 제대로 된 사회적 역할을 맡을 수 없었던 여성, 거기다 미성년자였다. 드라마는 시대가 만든 벽에 부딪히는 진취적인 여성의 모습을 담았지만, 'SNL 코리아'의 패러디는 이를 담을 수 없었다.
'패러디'에 무슨 의미를 담느냐는 말로 반론을 삼는다면 이를 크게 문제 삼을 수 없다. 하지만 단순한 개인에 의한 패러디와 쿠팡플레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제작진의 패러디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풍자든 패러디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고, 이는 공감을 통한 유쾌한 카타르시스인데 'SNL 코리아'의 최근 결과물은 불쾌감만을 증폭한다.
과연 약자들을 내려누르는 그들의 패러디 또는 풍자가 사회의 기득권을 위해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지금 계속되는 정치권의 난맥상에 대해 딱히 의견을 내지 않는 'SNL 코리아'의 모습을 보면 그 스탠스를 대략 이해할 수 있다. 과연 '강약약강'이 시대가 원하는 가치일까. 그리고 'SNL 코리아'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유쾌하게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의 코드일까.
중요한 것은 '패러디'냐 '풍자'냐의 말장난이 아니다. 얼마만큼 사안의 핵심을 잘 통과하고 있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SNL 코리아'의 감은 '낙제점'에 가깝다.
신윤재(칼럼니스트) (jwch69@iz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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