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람료 정산을 둘러싸고 제기된 객단가 의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 이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거론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회의 추궁에 제휴사와의 비밀유지 조항을 강조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던 통신사는 거듭되는 압박에 이해당사자들의 논의 자리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25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임봉호 SKT 커스터머 사업부장(부사장)을 상대로 객단가 문제를 추궁했다. 이는 앞서 지난 17일 문화체육관광위 국정감사에서 나온 내용의 연장선이었다. 문체위에서는 영진위원장을 상대로 질의했다면 이번에는 통신사가 대상이 된 것이다. (관련기사 : 극장에서 사라진 4천 원, 탈세의혹으로 번지나)
의문 커지는 7천 원 영수증
최민희 의원의 객단가 질의에 임봉호 SKT 사업부장은 "객단가를 자세히 알지 못하고, 극장사와 영화관 배급사 정산구조도 알지 못한다"며 회피성 답변을 했다. 이에 최 의원은 구체적인 영수증을 제시하며 차이를 물었다. 고객이 할인을 받아 11000원에 구입한 영화표인데, 왜 영수증에는 7천원이 찍혀 있냐는 게 요지다.
구체적인 자료를 확인한 임봉호 증인은 "영수증에 찍히는 7천 원은 국감기간 중에 알았다"며 "SKT는 영화표를 다량으로 구매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고,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최민희 의원은 "SKT는 CGV와 티켓 하나당 얼마에 계약하냐?"고 되물었으나, 임봉호 증인은 "제휴사와의 계약사항은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최민희 의원은 다시 "SKT는 7천 원에 계약하는 것이다"라며 "영수증에 그렇게 찍히지 않냐"고 근거를 제시했고, 임봉호 증인은 "거듭 말씀드리지만 계약 내용은 비밀유지 조항이 있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이해를 구한다. 다만 저희는 재고 부담을 안고 대량으로 티켓을 구매해 다양한 방법으로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 부분을 넓혀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이해 못 하겠다"며 "<파묘>의 경우 실제 여러 할인을 거쳐 105억 원 손해를 본 것이다"라고 정산 문제를 언급했다. "영수증에 1만1000원으로 찍혀야 하는데 실제로 7000원으로 찍히면서 투자·배급·제작사에 5500원이 가야하는 데, 3500원만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자료를 달라고 하니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불합리한 구조가 계속된다"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거냐?"고 따졌고, 임봉호 증인은 "확인하겠다"고 답변했다.
최 의원은 또한 "극장 통신사 투자 배급사 같이 모여서 해결해야 하고 자리를 만들면 나오겠냐"고 물었고, 임봉호 증인은 "나오겠다"고 답변했다.
객단가 200원 차이, 1억 관객일 때 수백 억 차이
객단가 문제는 관객이 실제로 낸 관람료와 영화관이 신고한 관람료 액수의 차이가 발생하면서 부정한 정산과 탈세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사안이다. 더 큰 문제는 관객 1인당 관람료에서 징수하는 부가세와 영화발전기금이 200원 안팎의 차이일 경우, 1천만 관객일 때는 20억 원, 1억 관객일 경우 200억 원으로 액수 차이가 커진다는 데 있다.
영화계 내에서는 티켓 가격을 1만1000원 보다는 1만5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의 한 관계자는 "관객이 1만5000원 영화 티켓을 통신사 할인 적용을 받아 1만1000~1만2000원으로 사는 것이고, 할인 역시도 누적된 포인트를 현금 대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1만5000원에 상응하는 액수를 지불한 것과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1만5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불공정 정산과 탈세 의혹 액수가 더 커진다는 것이다. 관객은 실질적으로 15000원을 낸 것과 같은데, 영수증에는 7천 원만 찍히면서 8천 원은 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1만 5000원을 기준으로 해보자. 영화표 한장당 영발기금(3%) 450원과 부가가치세(10%) 1500원을 뺀 나머지 수익금을 극장과 배급사가 5:5로 정산한다고 할 경우, 배급사는 6500원을 가져간다. 하지만 영수증의 7천 원을 기준으로 하면(영발기금과 부가가치세를 빼고 계산할 때), 극장과 투자배급사 5:5 정산시 배급사는 3500원을 가져가게 된다. 즉, 3천 원 정도의 수익이 사라지는 것이다.
관객 수에 따라 배급사 몫이 돼야 할 수백 억이 없어질 수도 있는 것이어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차액을 극장이 가져간 것이냐?"는 국회의 질문에도 "비밀유지 조항을 내세워 밝힐 수 없다"는 통신사의 자세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성하훈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47/0002450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