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런 마무리를 원했던 것인가.
30일 오전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104) 할아버지 측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제3자 변제' 방식 배상을 수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이날 오후 이 할아버지의 장남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날 오후 2시15분경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는 "(부친의) 현재 상태는 정상적인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서 "나는 (부친이) 제3자 변제를 수령했다는 사실에 대해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녀 중 일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과 접촉해 수령 여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나는 반대 입장이었다"며 "오늘 형제들을 설득하러 광주로 갈 예정이었는데 뉴스를 통해 판결금을 지급받았다는 내용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얼마 전부터 노환과 섬망증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해 정상적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데도 (아버지가) '제3자 변제에 동의한다'는 의사표시를 재단에 했다는 것이 아들로서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는 "신속하게 형제들에게 현재 상황이 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누가 서명한 것이고 누가 돈을 수령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면서 "이를 취소할 수 있는지도 논의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리 준비한 원고를 읽는 내내 눈물을 보였다. 이날은 이춘식 할아버지가 대법원으로부터 역사적인 승소 판결을 받은지 딱 6주년 되는 날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부터 이춘식 할아버지 측이 대법원의 징용피해 손해배상 승소판결에 따른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재단으로부터 수령했다는 보도가 재단발로 이어졌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법률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법적으로 채권자는 이춘식 할아버지"라면서 "자녀들에게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이 할아버지는 작년 3월 제3자 변제안 발표 후에 반대 의사를 밝혔기에 이것이 공식 확인된 의사"라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이춘식 할아버지가 '제3자 변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표시했고, '제3자 변제를 반대한다는 의사표시를 철회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는지, (병원에 입원 중인) 이춘식 할아버지가 그런 상황이 아닌데 아주 고도의 법률적인 이야기를 하셨을지, 과연 그 돈은 어디로 수령됐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고 전제한 뒤 "가정이지만 금원을 (재단에) 다시 반환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후대에 다른 평가가 나올 수도 있는 건데, (제3자변제안 등) 정책에 맞서 싸운 이춘식 어르신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도 모르는데, 지금 온전하지 않은 의사를 갖고 계신 분에게 어떤 방식으로 의사를 확인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이분 싸움의 마지막을 기록하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정말로 모르겠다"면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기다릴 수 있는 거 아니냐. 국가가 먼저 피해자들이 제3자 변제를 받았다고 하는 게 맞냐"라며 눈물을 삼켰다.
옆에서 임 변호사의 말을 들은 이 할아버지의 장남 이창환씨는 다시 한번 "6년 전 오늘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날 아버지는 '10월 30일은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기쁘고 슬픈 날이다. 전원합의체 승소 판결을 받고 너무 기뻤지만 고인이 된 동지들과 함께 기뻐하지 못해 나는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며 "아버지가 쌓아오신 과정과 기록을 지켜본 아들로서 그 뜻을 끝까지 기리고 지키겠다고 다짐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종훈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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