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만남·결혼 주선’ 맛들린 지자체들…여성 참가자 없어서 ‘공무원 차출’
30,423 399
2024.10.30 07:34
30,423 399
‘너랑나랑 두근대구’ ‘하늘이 무너져도 내 짝은 있다’ ‘오늘은 썸데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지역 내 ‘중매쟁이’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 코미디언 아지즈 안사리와 사회학자 에릭 클라이넨버그는 책 <모던 로맨스>에서 “국가가 싱글들의 만남에 돈을 대주거나 젊은이들이 얼큰하게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나라는 일본 외에 어디에도 없다”고 했지만 바로 옆 한국에서도 연간 수천만~수억원의 예산을 들인 지자체 주도의 만남주선 행사가 열린다.

29일 전국 17개 광역·226개 기초자치단체에 정보공개청구로 입수한 사업계획서·결과보고서와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미혼남녀 결혼 행사 건수’를 보면 올해 만남 주선에 관여한 지자체는 최소 54곳이다. 지자체의 만남 주선은 유행처럼 번지며 2019년 48곳에서 행사가 열렸다가, 이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지자체만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이후 회복세를 보여 현재까지 만남 주선 행사를 최소 1번 이상 개최했거나 개최를 시도한 지자체는 100곳에 가깝다.

<나는 솔로> <환승 연애> 등 연애 예능의 인기, 저출생 심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경남 창원시, 전북 군산시, 충남 단양군 등은 중단했던 만남 행사를 올해 다시 시작했다.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만남 주선 행사는 만남, 결혼, 출생을 유도하는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 젊은 여성 인구 비율이 낮아 행사 인원 모집조차 쉽지 않고, 공무원·대기업 등으로 참여 대상을 제한하는 곳도 있어 결혼의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여성의 설 자리가 좁은 지역사회,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자체의 중매 성공률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만남 주선 행사는 남녀 수십명이 모이는 단체 미팅 형태로 하루 혹은 1박2일 동안 진행한다. 레크리에이션, 와인 파티나 요리 수업 등을 겸한다. 최근엔 연애 예능 프로그램처럼 일주일~한 달간 합숙 행사를 하기도 한다.

행사는 용역업체가 맡는다.‘건전한 만남 기회’(경북 울진군) ‘진정한 만남 기회 제공’(전남 영암군)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고’(경남 진주시) ‘만남의 안전한 창구 마련’(경남 김해시)을 내걸며 ‘남녀의 만남→결혼→출생’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자체 출산보육과, 여성가족과, 청년정책팀, 인구정책팀이나 보건소가 행사를 총괄한다.


■여성 참가자가 없다

행사가 끝나면 지자체들은 앞다퉈 ‘매칭률 40%’ ‘커플 8쌍 탄생’처럼 성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내놓는다. 만남 주선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는 것 같지만 내막은 조금 다르다. 여성 참가자를 모으려 지자체는 개인정보 수집과 일대일 홍보, 공무원 강제 차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의 매칭률도 수시로 부풀렸다.

지자체의 만남 주선이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참가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충북 단양군이 지난해 12월 경찰서·소방서·교육지원청에 수요조사를 해보니 예상 남성 지원자 18명, 여성 지원자는 2명이었다. 경북 김해시가 지난해 추진한 ‘나는 김해솔로’ 2기 신청자도 남성(120명)이 여성(32명)보다 3.8배 많았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해 6월 ‘커플매칭 화순사랑 더하기’ 공고를 냈다가 여성 참가자를 모집하지 못해 행사를 취소했다.

사업을 중단한 지자체들은 ‘성비불균형-여성 신청자 수가 적음’(충북 진천군), ‘상대적으로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해 행사 진행을 못하게 됨’(제주 서귀포시), ‘미혼여성 참가인원 미달’(경남 함안군), ‘여성 참여자 신청인원 부족’(경기 가평), ‘지역여건상 여성 참가자 모집이 어렵고 목적에 따른 효과가 매우 미흡’(경남 통영) 등의 답변을 내놨다.

지자체는 여성 참가자 모집에 몰두한다. 올해 4월 전남 광양시는 ‘광양 솔로엔딩’ 참가자를 재모집하며 ‘여성 20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 예천군은 올해 ‘1박2일 청춘공감 심쿵야행’을 추진하면서 운영계획서에 ‘여성참여자 위주 참여 유도’라고 적었다.


경남 김해시는 올해 내부계획에서 “여성 근무자 비율이 많은 어린이집, 호텔, 백화점 등에 ‘찾아가는 홍보 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올해 만남 주선 행사에 1억5000만원을 편성한 경북은 여성 참가자격을 지난해 ‘경북 또는 대구’에서 올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래도 여성 참가자가 모이지 않으면 관내 공무원 차출로 이어진다. 2022년 해남군 보건소가 작성한 ‘땅끝 솔로탈출 여행 행사 결과 보고’ 문서를 보면 ‘여성 참가자 신청 저조(자발적 신청 1)’라고 쓰여 있다. 당시 여성 참가자는 15명이었는데 14명은 사실상 반강제로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14명 중 8명은 행사 담당인 보건소 여성 직원이었다. 해남군은 2019년 행사 때에도 여성 참가자 16명 중 ‘자발적 신청자는 1명뿐’이라며 ‘행사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성이 없다

지난 7월 경북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명소 카페에서 진행한 미혼남녀 만남 주선 행사, 30대 남성 참가자 김서준씨(35·가명)는 맞은편 여성에게 “근무하는 데서 나가라고 해서 나온 거죠?”라고 따져 물었다. 여성은 “저 그런 거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부인했다. 남성들은 의구심이 풀리지 않은 눈치였다.

발단은 여성 참가자 나이였다. 당시 행사는 28세부터 신청 가능했는데, 20대 중반의 여성이 참여한 것이 영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행사에서 차출된 여성 공무원들이 대거 발견돼 남성 참가자들이 항의를 했다고 들었다”며 “억지로 나온 여성 지원자와 커플로 성사돼도 실제 만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으니 미리 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억지로 여성 지원자 수를 맞추더라도 끝이 아니다. 좁은 지역에서 연애와 만남이 회자될 때 수군거림의 대상이 주로 여성이 되는 점이나 지역의 가부장적 문화를 고려하는 지자체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성 참가자들은 나이가 어려 덜 적극적’(전남 고흥군)이라고 분석하거나 ‘접수 연령 조정 검토’나 ‘좁은 지역 내 보수적 성향으로 여성들이 참여를 꺼려 모집 범위를 거제·고성으로 넓혔다’(통영시)는 수준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전남의 한 20대 여성 공무원은 “지자체에선 여성들이 왜 참여를 안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덜 고민한다”고 했다.

오히려 지역에선 비자발적으로 행사에 등록한 여성 참가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20년을 끝으로 사업을 종료한 충남 태안군은 내부 문서에 사업 중단 이유를 ‘여성 참가자의 소극적인 태도’로 들었다. “여성 참가자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참여로 매년 참여 실적이 저조할 뿐 아니라, 행사 진행 시에도 소극적인 태도 및 형식적인 참가 등으로 남성 참가자들로부터 의욕 저하와 불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진행한 ‘2023 결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만남 주선 행사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18~29세 여성은 18%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 남성의 2명 중 1명(51%)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차이가 크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29368?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39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어퓨🥚] 각질/모공/피지 걱정 ZERO! <어퓨 깐달걀 라인 3종> 체험 이벤트 266 03:00 6,93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322,12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060,09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179,25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536,1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068,62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59,15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4 20.05.17 4,643,383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101,24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836,57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39671 정보 네이버 구내식당 근황 28 09:20 1,799
2539670 이슈 언젠가는 도입되겠지 하는 마음인 애플페이 교통카드 소식 4 09:20 587
2539669 기사/뉴스 냄새나는 과일 두리안이 커피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고? 09:19 338
2539668 유머 [틈만나면] 투덜투덜 따스한 이서진 ㅋㅋㅋㅋ 7 09:18 710
2539667 이슈 [MLB] 월드시리즈 4차전 프레디 프리먼 또 홈런 (월드시리즈 6경기 연속 홈런) 18 09:16 481
2539666 기사/뉴스 보이콧 아닌데 수상자가 없는 AFC 어워즈…스크린에 스쳐지나간 '올해의 선수' 손흥민 8 09:13 596
2539665 기사/뉴스 일본이 해외 여행과 명품 쇼핑의 성지가 된 이유 15 09:08 3,202
2539664 기사/뉴스 청년 구직자 60.5%…"취업 의욕 잃었다" 9 09:07 1,356
2539663 이슈 KB 별별퀴즈 정답 6 09:05 492
2539662 정보 🍈멜론 탑백 탑텐 9시 이용자수 8 09:03 1,001
2539661 이슈 뉴진스 도쿄돔 팬미팅에 엄청 공들였다는 민희진 25 09:02 2,475
2539660 이슈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 스틸컷.jpg 2 09:01 1,335
2539659 기사/뉴스 [단독] '연상호 페르소나' 구교환 '군체' 합류…전지현과 호흡 34 08:57 1,752
2539658 이슈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youtube 35 08:56 1,669
2539657 유머 한가인이 아직도 기억난다는 어그로 기사 제목.jpg 34 08:51 6,484
2539656 이슈 [케터뷰] <페이스미>이민기X한지현의 키워드 인터뷰! 08:47 259
2539655 이슈 다음주 월요일부터 급발진 열차가 출발 합니다!!!! 20 08:47 3,247
2539654 유머 아침 안개속의 망아지들(경주마) 4 08:45 420
2539653 유머 김성수 감독이 영화 아수라(2016) 팬들에게 전하는 말 29 08:39 2,041
2539652 기사/뉴스 아일릿, 데뷔 7개월만 앨범 누적판매량 100만장 돌파..음원도 호성적(공식) 64 08:39 2,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