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연예인 김재중씨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돈이 생기면 네이버페이에 넣어 놓는 것이 은행에서 이자받는 것보다 낫다”는 이야기를 하는 ‘짤방(인터넷에 올라오는 이미지 파일)’이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그램에 김재중씨와 함께 출연한 보이그룹 몬스타엑스의 민혁씨도 "맞아요, 이러다 네이버 거덜나요”라며 거들었다.
이들의 대화에서 보이다시피, 누리꾼들 사이에서 네이버페이는 보너스 포인트를 굉장히 많이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소비자 쪽에서 생각해 볼 때는 굉장히 유용한 이야기지만, 기업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과연 이 사업은 네이버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걸까?”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네이버의 IR자료를 분석해보면, 네이버페이가 포함된 핀테크 사업에서 네이버는 많은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는 핀테크 사업부문에서 2022년에 매출 1조3279억 원을 냈는데 이 부문의 영업이익은 960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은 약 7.2%다.
네이버가 서치플랫폼 사업과 커머스 사업에서 영업이익률 33% 정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살피면 핀테크 사업이 네이버에게 ‘돈이 많이 되는 사업’은 아닌 셈이다.
네이버는 2022년에 영업이익만 1조3천억 원을 낸 회사다. 1천억 원도 못되는 영업이익 때문에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네이버는 도대체 왜 네이버페이 사업을 하는 것일까? 이 사업이 나중에 커다란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이어 "쇼핑 등 커머스 사업에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결제 데이터 확보"라며 "과점 사업자로 확보하는 데이터 규모가 작은 카드사와 달리 포털 사업자들은 데이터 규모 면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제 서비스만 붙이면 방대한 양의 결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인이 온라인 혹은 모바일에서 방문한 사이트나 결제한 내역을 기반으로 한 타기팅(Targeting) 광고는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높다. 고객의 과거 구매 데이터를 기준으로 시간대별로 정교하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어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타기팅 광고를 하면 광고를 통해 광고주가 의도한 행동을 한 고객의 비율로 단가를 정하기 때문에 광고 단가가 크게 뛴다"며 "현재 네이버·카카오가 하고 있는 타기팅 광고 단가는 일반 광고보다 단가가 20% 정도 높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모바일 타기팅 광고를 시작했고, 카카오는 올해 하반기부터 타켓팅 광고 상품인 카카오모먼트를 도입한다.
인터넷 포털 사업자 특성상 광고 수익이 주된 캐시카우라는 점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싣는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광고 매출 의존도는 각각 60%, 40% 수준이다. 카카오의 광고 매출 의존도가 다소 낮지만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를 제외하면 네이버와 유사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사업의 성장성도 중요한 일이지만, 네이버를 조금 더 큰 시야로 볼 필요도 있다. 네이버가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네이버 수익의 대부분은 검색엔진(서치플랫폼) 사업과 커머스 사업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두 부문의 성장 추이는 확연하게 다르다.
네이버는 여전히 검색엔진 사업에서 돈을 많이 벌고 있지만 이 부문의 매출은 정체된 반면 커머스 사업의 매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의 본질은 결제, 지갑 서비스다. 네이버의 커머스 사업을 보조하는 수단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기서 끝날 거라면 네이버가 이렇게 네이버페이의 대중화에 공을 쏟을 이유는 없다. 네이버의 커머스사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네이버페이를 함께 이용한다면 물론 네이버에게 좋은 일인 것은 맞지만 다른 간편결제 플랫폼을 사용한다고 해서 네이버에게 커다란 타격이 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네이버가 네이버페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표는 무엇일까?
삼성전자는 사람들이 삼성 스마트폰을 쓰는 이유를 하나라도 더 늘리기 위해 삼성페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 역시 한 명이라도 더 ‘애플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플페이를 아이폰에 넣었다.
쓱닷컴이나 롯데몰, 쿠팡과 같은 각종 온라인 쇼핑몰들은 수수료 절감과 락인효과를 위해 각각 간편결제 시스템을 지원한다.
네이버가 이 기업들과 다른 점은, 사업영역이 굉장히 넓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커머스 사업으로만 돈을 벌다가 끝나는 회사가 아니다. 현재는 콘텐츠 사업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클로바나 서치GPT같은 인공지능 기술도, 클라우드 서비스도 제공하는 기술기업으로서의 면모도 꿈꾸고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일종의 ‘화폐’다. 화폐는 여러 경제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유럽연합이 경제공동체를 만들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유로 발행이었으며 블록체인 플랫폼 역시 가장 먼저 홍보하는 것이 바로 가상화폐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역시 ‘화폐’로서 네이버의 모든 사업들을 이어주는 일종의 아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유용한 홍보수단도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또한 일단 네이버페이가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한다면 중간중간 이벤트나 포인트몰 등을 활용해 네이버가 보너스로 제공한 포인트를 일정 부분 회수할 수도 있다.
결국 네이버의 전략이란 네이버페이를 통해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네이버페이를 통해 확실하게 고객들을 네이버에 락인 시킨 뒤 네이버페이를 통해 고객들이 여러 가지 네이버서비스 가운데 선호하는 서비스들을 자유롭게 골라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퍼주는’ 이유도 이를 통해 네이버가 입게 되는 손해보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사람들을 네이버쇼핑, 그리고 그걸 넘어 웹툰, 웹소설, 클로바로 끌어들여서 얻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익은 네이버의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 확장될수록 더욱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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