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8,252 277
2024.10.29 01:36
18,252 277
olqxLM


“교보랑 거래 안 하고 싶어요. 이 책들은 회송 처리할 예정입니다.”


전북 군산 한길문고의 문지영 대표는 그 귀한 ‘한강 책’을 포장도 풀지 않고 구석에 쌓아 놓았다. 교보문고에서 보내온 책들이어서다. 지난 11일 ‘책의 날’ 행사 때문에 서울에 왔던 문 대표는 광화문 교보문고 매대에 쌓여 있던 한강 책(‘흰’)을 목격하고 어리둥절했다.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듣고 바로 다음날 교보문고 영업팀에 전화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기 때문이다. 소매(고객 판매)와 도매(서점 공급)를 겸하는 교보문고는 10일부터 14일까지 도매 주문 창을 닫았다가, 15일부터 종당 10권으로 제한해 주문 접수를 재개했다.


한강 책 123만부 판매(교보·예스24·알라딘 집계, 지난 21일 기준)라는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수상 직후 주문 창이 닫혀 교보문고에 책을 주문하지 못했던 동네 서점의 분노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교보문고가 이례적으로 지역 서점과의 상생을 위해 22~31일 오프라인 매장에서 한강 책 판매를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조처까지 취했지만, 동네 서점들은 되레 호소문까지 내며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는 지난 23일 ‘정녕 대한민국 독서문화의 실핏줄을 끊어놓겠다는 것인가’라는 호소문을 내어 대형 유통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호소문에서 “소매와 도매를 같이 하는 교보의 경우 (한강 책) 도매를 중지하고 소매로 자사에서만 판매를 독점했고, 예스24와 알라딘 등에서도 도매로 책을 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전국 수백개의 작은 책방들은, 욕심으로 얼룩진 대형 유통사의 민낯과 우리나라 출판유통의 불공정과 불합리를 절절하게 체험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교보문고를 문제 삼고 있다. 2022년 이후 교보문고와만 거래하는 지역 책방이 전체의 50%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정은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보문고가 책방들과 ‘상생’한다고 마케팅할 게 아니라 (초기 잘못에 대해)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출판사나 대형 유통사가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책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되니까 지역 서점이 뒷전으로 밀렸는데, 이번 사태를 학습 기회로 삼아서 출판사나 대형 유통사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최소한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또 “책이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면 동네 책방을 우선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보문고는 “주문 창을 닫은 것은 노벨상 발표 뒤 한 서점에서 3천권을 주문하는 등 수요가 폭주했기 때문”이라며 “14일 책이 입고되기 시작해, 15일 지역 서점의 주문을 받고 배본했다”고 밝혔다. 도매 물량을 소매 물량으로 돌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출판사 재고분 중 일부가 들어와 광화문점과 강남점에서 소량 판매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4197.html#cb

목록 스크랩 (0)
댓글 27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코스맥스 쓰리와우❤️] 이게 된다고??😮 내 두피와 모발에 딱 맞는 ‘진짜’ 1:1 맞춤 샴푸 체험 이벤트 677 10.23 70,03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295,78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036,89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145,00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503,25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051,97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47,01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4 20.05.17 4,633,09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091,42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824,680
모든 공지 확인하기()
» 기사/뉴스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277 01:36 18,252
314600 기사/뉴스 한강 열풍 속, 노무현 정부의 '창의한국' 주목하는 이유 5 00:57 980
314599 기사/뉴스 박정희 ‘눈물 연설’ 하던 서독 현장에 기념 현판 세운다 10 00:31 761
314598 기사/뉴스 올해 30조 '세수 펑크'…국민들 '청약저축'까지 손댄다 54 00:11 2,517
314597 기사/뉴스 ‘뉴진스 하이브 내 괴롭힘’ 민원 제기한 A씨, 서부지청에 ‘음악산업리포트’ 제출 5 10.28 1,247
314596 기사/뉴스 '빈소 못 간' 탁재훈·이상민, 30일 귀국..故김수미에 작별 인사 3 10.28 2,933
314595 기사/뉴스 [단독] 철도 지하화, 재원 부족한 지방에 수도권 부지 이익 나눈다 7 10.28 952
314594 기사/뉴스 [사설] 日 자민당 총선 참패, 한·미·일 3국 공조에는 흔들림 없어야 10.28 347
314593 기사/뉴스 이홍기는 쉴드, 이재진은 외면…'성매매 의혹' 최민환 향한 상반된 반응 [종합] 2 10.28 1,908
314592 기사/뉴스 고율관세로 외국 공장 유치했어야...삼성·SK가 받을 반도체 보조금 떼먹을라 2 10.28 476
314591 기사/뉴스 [단독]흑백요리사 '한식대가' 이영숙 1억원 '빚투' 논란… 李 측 "일부 갚았어" 37 10.28 7,055
314590 기사/뉴스 “로이킴 목소리 이븐해”... 신곡,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IS포커스] 10.28 273
314589 기사/뉴스 '결혼지옥' 91세 시할머니 케어하는 아내? "남편, 고마워하지도 않아" 울컥 13 10.28 3,156
314588 기사/뉴스 “이 나이에 사고 칠게 뭐 있나”… 백종원, 오너리스크 우려에 보인 반응 10.28 1,883
314587 기사/뉴스 국감서 영어로 말하다가 뭇매 맏는 아디다스 대표 24 10.28 4,687
314586 기사/뉴스 최동석-박지윤 성폭행 의혹…경찰 "수사 착수. 박지윤 접촉 중" 13 10.28 3,914
314585 기사/뉴스 "무엇을 위한 모니터링이냐"...하이브 보고서가 불러온 거센 파장 4 10.28 1,348
314584 기사/뉴스 꼴찌 후보에서 KS까지…삼성 사자군단, 졌지만 지지 않았다 2 10.28 932
314583 기사/뉴스 "기안84가 툭하면 불법 저질렀다니"…난리난 '루이뷔통 리폼' 판결 29 10.28 4,781
314582 기사/뉴스 "애 목이 꺾였어" 성매매 의혹 최민환 '무개념' 시구 논란 재점화…왜? 12 10.28 4,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