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데일리안 맹찬호 기자] 정부가 ‘30조 세수펑크’를 메우기 위해 가용재원 중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끌어다 쓰기로 했다.
이는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여윳돈을 가지고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겠다는 뜻)’하겠다는 상황이지만 세수 재원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당초 입장을 뒤집어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지방교부세와 교부금을 추가로 지급하기 위해 외환시장 대응 여력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금을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재정건전성 기조를 유지하며 추가적인 국채발행을 위한 추경예산안 없이도 대응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세수재추계에 따른 재정 대응방안’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올해 국세수입은 337조7000억원으로 세입예산(367조3000억)보다 29조6000억원(8.1%) 부족할 것으로 예상됐다.
정부는 부족분 가운데 외평기금은 4조~6조원을 끌어다 쓸 계획이다.
외평기금은 환율 급락 시 원화로 달러를 사들이고 급등할 경우 달러를 내다 파는 데 쓰여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는 기금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는 외평기금 19조원을 세수 결손(56조4000억원)에 활용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외평기금 유동 자산액은 2022년 111조원에서 올해 69조원으로 감소했다.
실제로 외평기금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14조4000억원을 조기 상환하고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예탁하기로 한 5조5000억원을 예탁하지 않는 방식이었다.
공자기금은 기금 등의 여유자금을 관리하고 국채 발행·상환을 맡는 일종의 정부 자금 조달 창구다.
달러 강세가 지난 2022년부터 나타나자 외환당국이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인 결과 외평기금에 원화가 대규모로 쌓인 것이다.
정부는 올해도 4조~6조원을 외평기금에 덜 주는 방식으로 공자기금 여윳돈을 확보하기로 했다.
외평기금을 활용하기로 한 배경에는 글로벌 강(强)달러가 뚜렷해지면서 외평기금 원화 자산의 활용 필요성이 줄어든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해석된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외환당국이 달러 자산을 내다 팔면서 원화 자산이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 세수 부족을 메울 재원에 외평기금을 활용하지 않겠다는 당초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다만, 최 부총리는 지난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외평기금 관련 질문에 “외평기금과 관련해서 20% 범위 내에서 기금운용계획 변경하는 것을 현재 단계에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큰 틀에서는 이른바 ‘외환 방파제’를 세수에 동원했다는 점에 대해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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