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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 햄릿 조승우, 눈썹까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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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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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4년만에 첫 연극 도전
예매 직후 1000석 규모 전회 매진
익살-살의-고뇌 능숙하게 풀어내
시각-청각적 무대 효과 인상 깊어

17세기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복수와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햄릿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는 섬세한 감정 연기, 폭발적인 에너지로 165분에

17세기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은 복수와 도덕적 신념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다. 햄릿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는 섬세한 감정 연기, 폭발적인 에너지로 165분에 달하는 연극을 이끌었다. 예술의전당 제공


끝이 보이지 않는 계단에서 희뿌연 연기가 심연처럼 피어난다. 증오와 비애가 덧칠된 얼굴을 한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이 된 숙부를 정면으로 보고 섰다.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응어리진 내면이 햄릿의 숨소리에 응축됐다. 햄릿을 연기한 배우 조승우는 낮지만 또렷하게 읊조리며 비극의 서막을 알린다. “폐하, 제 애도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다음 달 1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햄릿’의 도입부다. 조승우가 데뷔 24년 만에 처음 택한 연극이란 사실이 화제가 되며 약 1000석 규모 좌석은 예매 시작 직후 전 회차 매진됐다. 조승우를 포함해 총 15명의 배우가 단일 캐스트로 출연한다. 연기 경력 51년의 원로 배우 전국환, 드라마 ‘비밀의 숲’ 등에 출연한 배우 박성근이 각각 덴마크의 선왕 역과 숙부 클로디어스 역을 맡았다.

조승우는 이번이 첫 연극인 만큼 수개월의 고민 끝에 출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한 이후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 등 굵직한 뮤지컬에 얼굴을 비쳤다. 배우라면 누구나 꿈꾸는 배역이지만 올해 들어 주요 무대에서만 세 번째로 오르는 ‘햄릿’이란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박정자, 전무송 등 연극계 거목이 대거 출연한 신시컴퍼니 버전과 파격적 각색으로 큰 호응을 얻은 국립극단 버전이 앞서 공연됐다.

오랜 고민이 무색하게 조승우는 익살과 살의를 오가는 말투, 턱과 눈썹의 미세한 떨림 등으로 햄릿의 하릴없는 고뇌를 능숙하게 표현했다. 국립극단 공연에서 배우 이봉련이 햄릿의 광기와 강인함을 집중적으로 풀어낸 것과 차별화됐다. 3막 1장,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로 잘 알려진 명대사는 속도감 있게 쏟아내 강렬함을 줬다. 올여름 공연된 4대 비극 ‘맥베스’에서 주인공을 맡은 배우 황정민이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인 대사 속 운율감을 잘 살렸다면, 조승우는 대사 속 혼재된 감정을 예민하게 담아내 말 한마디 한마디의 속뜻을 부각했다.

공연에는 청각적 효과가 섬세하게 사용돼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렸다. 날카로운 검을 바닥에 긁고, 반지 낀 손가락으로 술잔을 두드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등장인물들이 파멸에 접어드는 공연 후반부는 그 내리막길을 비교적 완만하게 펼쳐내 작품의 메시지를 강조했으나 다소 늘어지는 느낌을 줬다. 작품 연출은 ‘와이프’ ‘그을린 사랑’ 등에서 감각적, 현대적 해석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으며 제56회 동아연극상 연출상을 수상한 신유청이 맡았다. 그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연출한 건 처음이다.

불안감을 시각적으로 자극하고 등장인물을 강조한 무대세트도 강점이다. 무대 깊숙이 펼쳐진 23m 길이의 계단식 복도, 피사의 사탑처럼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선 3개의 기둥은 늪에 빠진 듯한 내면을 무게감 있게 표현했다. 동아연극상에서 무대예술상을 두 차례 거머쥔 무대미술가 이태섭이 디자인했다.

다만 햄릿을 제외한 나머지 등장인물의 매력이 잘 느껴지지 않는 점은 아쉽다. 덴마크의 왕비이자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가 욕망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면모는 다소 평면적으로 다뤄진 듯하다. 햄릿의 연인 오필리아 역은 450 대 1에 달하는 치열한 공개 오디션 경쟁률을 뚫은 배우 이은조가 연기했다. 그러나 광기를 분출하는 장면 등 일부 대목에서 부자연스럽게 느껴졌고, 당대 억압된 여성상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했던 오필리아의 입체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9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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