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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이미 다회용컵 쓰는 곳에 일회용컵 권하는 환경부, 왜 이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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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7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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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재활용 정책... 일회용컵 보증금제 지자체 자율 시행은 제도 폐지나 다름없어

 

환경부는 지난 24일 국회 환노위 종합감사 시작 직전 '일회용컵 보증금제 대안 보고'라는 문건을 배포했다. 이를 통해 지금의 일회용컵 보증금제 체계로는 전국 시행이 어렵다며 ①지역 여건에 따른 맞춤형 시행 ②대형 시설, 일정 구역 중심 점진적 확대 ③프랜차이즈 단위 자발적 시행 촉진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모두 실효성이 없거나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환경부의 지자체 자율 시행은 제도 폐지를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9월, 21대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권명호 의원이 지자체 자율 시행의 내용을 담은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발의(23.08.25)하자 환경부는 해당 법률 개정안에 대해 17개 시도에 의견을 수렴(23.08.30~09.15)했다.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여부를 지역에서 결정하게 될 경우에 대해 의견을 작성토록 했고 시행/ 미시행/ 법 통과 후 검토로 작성하도록 예시를 제시했다.

 

 


▲ 지자체 자율시행관련 자원재활용법 개정안 의견 수렴 결과 지자체 자율시행관련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의안번호 2124017)에 대한 17개 시도의 의견 수렴 결과
ⓒ 녹색연합

 


이학영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 중 지자체 자율 시행 시 미시행 4곳, 법 통과 후 검토는 9곳,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곳이 4곳이었다. 또한 13개 시도는 전국 시행을 전제로 한 현행 법령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답했다. 즉, 환경부가 규제 대상을 법률로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적으로 시행할 경우 사업자 간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지역 간 형평성 문제를 유발하여 해당 업무 추진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지자체 다수가 자율 시행을 반대한다는 것을 알면서 이번 국감에서 이 내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것은, 환경부가 더 이상 이 제도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일회용컵 감량, 투기, 재활용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당당히 이야기하는 환경부가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을지 의문이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전국에서 시행하기보다 '소비자가 오래 머무르고 출입구가 있어 일회용컵의 반납·회수가 용이한 대형 시설·일정 구역'에 추진하는 것을 제안하며 야구장, 놀이공원, 공항, 대학 등을 적용 대상으로 꼽았다. 그러나 위 공간들은 이미 환경부뿐 아니라 많은 지자체가 다회용기 사용 모델을 적극 발굴하고 시도, 운영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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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현재 전국 9개 야구장 중 3개 야구장에서 다회용품 사용이 안착돼 가고 있고, 2개 야구장에서는 시범 사업을 도입한 바 있다. 또 서울시는 제로 캠퍼스 사업으로 대학 축제와 학내 카페에서의 다회용품 사용을 위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렇게 이미 다회용품 사용을 확대하고 있는 영화관, 대학, 야구장 등에 일회용컵을 사용하라고 제안하는 것이 환경부가 할 일인가.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는 재활용 정책

 


환경부가 세 번째로 내세운 적용 대상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자체 시스템을 활용하여 컵 반납 시 포인트나 보증금을 지급하는 것을 자율적으로 시행하라는 것이다. 보증 금액 또한 가맹본부가 브랜드별 음료 가격, 마케팅 등을 고려하여 결정하라고 제안했다.

 


이미 1회용컵 보증금제의 자율 시행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곳이 환경부다. 2003년부터 5년간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자율로 보증금제를 시행했었으나 ▲낮은 반환율 ▲미반환보증금의 사용처 문제로 2008년 제도가 폐지되었다.
이후 커피 수요가 높아지고 테이크아웃 소비문화가 확산해 일회용컵 사용량이 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었고, 기존 자발적 협약으로 추진 시 문제가 되던 부분을 반영해 제도를 재도입했다.

 


법률에 근거해 대상 사업자를 지정하고, 미반환보증금의 관리를 위한 내용을 담아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제도를 추진했으나 유예와 축소를 거듭하더니, 환경부는 결국 이렇게 지자체와 커피전문점에 떠넘기기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개별 프랜차이즈가 도입하면 컵 반납은 해당 브랜드만 가능하고, 소비자는 불편해 반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브랜드별로 앱을 모두 다운로드 해야 해서 이용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브랜드별로 보증 금액을 다르게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플라스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는 심화되고 있는데 제도는 2년 전도 아닌, 2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

 

 

 


'편향적인 자료'로 여론 호도하는 환경부가 가장 문제



이번에 환경부가 배포한 문건의 가장 큰 문제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일회용컵 보증금제 평가가 왜곡되어 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소비자의 컵 반환의 불편함이 크고 매장의 반환 업무 부담이 크다는 점 ▲보증금제 대상 컵은 일회용컵의 9.1%에 불과하고 제도 운용의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 ▲농어촌 및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 일괄 시행 시 사회적 비용이 크다는 점을 들며 전국 시행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환경부의 주장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먼저, 선도 지역인 제주에서는 제도 시행 대상 매장 가운데 95.2%가 참여했고, 일회용컵 회수율은 최대 78.1%까지 증가했다. 환경부가 지적한 대로 소비자의 반환 불편함이 컸다면 이렇게까지 반환율이 높을 수 없고, 소비자의 불편함이 제기돼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불거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보증금제 대상 컵의 회수와 재활용 비용이 재활용가치보다 낮다는 점이다. 종합감사 날 발표한 자료에서는 회수-재활용 비용이 43~70원/개이라 밝혔는데 8일 공개된 환경부 대외비 문건에서는 최대 150원/개로 표기했다는 점에서, 금액을 과다하게 책정해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또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도입취지는 판매자의 재활용 책임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회수, 재활용 비용을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했지만 선도지역에 한해 시행하면서 소상공인 부담 완화와 제도 안착을 이유로 해당 비용 등을 미반환보증금으로 지원했다. 전국 시행시 지원하지 않아야 하는 비용임에도 환경부는 선도지역 지원 금액을 전국으로 적용해 행정비용과 제도 운영비용이 더 증가한다고 한 것이다.

 


이외에도 재활용 가치가 낮다며 재활용 정책의 공공성마저 포기했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2018년 일명 '쓰레기 대란'으로 불리는 폐비닐 수거 대란은 낮은 단가로 인해 재활용업계가 폐비닐 수거를 중단해 일어났다. 당시 민간사업자들은 돈이 되면 가져가고 돈이 안 되면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에 의존한 폐기물 정책에 대한 문제가 불거졌다. 이 사건이 이후 폐물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셋째, 환경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에서 일괄 시행시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 전국 시행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수거 시스템은 지역 밀집도와 사용량에 비례해 구축될 수 있고, 이미 사용량이 낮은 곳은 지자체의 수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검토된 바 있다. 사회적 비용에 대해 평가하려면 현재 거리에 버려져 처리해야 하는 일회용컵에 대한 사회적 비용에 대한 문제도 같이 검토되어야 한다. 우리나라 최상위의 환경정책을 이행하는 환경부가 편향적으로 입맛에 맞는 자료만 선택해 제시하는 것이 적절한지 묻고 싶다.

 

 

 


자기모순에 빠져 결국 책임 회피하는 환경부

▲ 환경부의 대외비 문건 일 회용컵 보증금제 대안 추진을 위해 우군화 가능성이 그룹을 적극 활용하라고 작성되어 있다.
ⓒ 녹색연합


이에 앞선 지난 8일엔 환경부 대외비 문건이 폭로되었는데, 그 내용에 입이 벌어진다. 해당 대외비 문건에 따르면,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폐지를 위해 우군화 가능성이 있는 그룹을 활용하여 여론 환기를 유도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에 대해 '실질적인 선도 지역 성과 분석 및 대안 마련은 우리 부가 주도'하되 결과는 '학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여 공개', '소상공인 및 관련 업계가 국회를 대상으로 문제 제기토록 유도', '여야가 법을 발의하도록 하고 병합심사 유도', '시민사회가 대안에 대해 지지 표명 유도'라는 추진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환경부가 결정해 놓은 결론에 맞춘 여론 조성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에 대해 김건우 참여연대 정책팀장은 언론, 학계, 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를 어떻게 포섭하고 이용할지 모의를 한 것에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상공인이 나서서 국회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시민 간 갈등을 이용해 시민을 기만하고, 사회 적대를 키우고, 사회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환경부 장관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강제할 수 없으며, 일회용컵에 대한 무상제공 금지도 수용성이 낮아서 지금 당장 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즉, 한 해 294억 개가 사용되는 일회용컵에 대해 어떤 정책도 펴지 않겠다는 입장은 환경정책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주무부처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겠다면,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 환경부 장관 사퇴촉구 기자회견 한국환경회의는 여론을 조작해 환경정책을 펼치는 환경부에 책임을 묻고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 녹색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허승은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5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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