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무대를 가득 채운 조승우 햄릿의 존재감
2,603 18
2024.10.27 18:39
2,603 18

조승우 배우의 첫 연극 ‘햄릿’
사랑하는 이 향한 광기 연기로
운명 앞에 무력한 인간 그려
위트 있는 장면으로 웃음도
내달 17일까지 예술의전당

조승우 배우의 연극 데뷔작 ‘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조승우 배우의 연극 데뷔작 ‘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조승우의 ‘햄릿’이 찾아왔다. 단지 주인공 햄릿 역을 조승우 배우가 맡아서가 아니다. 이번 연극은 조승우를 뮤즈 삼아 복수와 고뇌의 대명사인 문제적 인물 햄릿의 광기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18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중인 연극 ‘햄릿’(연출 신유청)은 조승우의 존재감으로 1000석 규모 CJ토월극장의 무대를 가득 채운다. 조승우의 햄릿이 드러내는 광기는 두 가지다. 모진 운명의 구렁텅이에 빠진 인물이 고통과 갈등으로 빚은 진짜 광기와 살아남기 위해 미친 척하는 가짜 광기.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그럴리가요, 폐하. 태양빛이 내리쬐고 있습니다.”

얼굴에 먹구름이 가득하다는 숙부 클로디어스(박성근)의 말에 햄릿의 첫 대사가 공연장에 퍼지고, 무대 오른편 층계 뒤에서 5대5 가르마로 이마를 훤히 드러낸 햄릿이 등장한다. 몸을 감싼 코트와 바지, 신발까지 모두 검은 색. 창백한 그의 얼굴, 새하얀 코트를 빼입은 클로디어스와 선명하게 대조된다.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180분에 달하는 공연 시간 동안 조승우는 또렷한 발성과 밀도 높은 표정, 힘차지만 확신이 결여된 몸짓으로 고뇌하는 인간 햄릿을 표현한다. 덴마크의 왕자 햄릿은 아버지인 선왕이 급사한 뒤 어머니 거트루드(정재은)와 결혼한 클로디어스에게 왕위를 도둑맞는다. 부왕의 유령(전국환)으로부터 클로디어스가 부왕을 독살한 사실을 알게 된 햄릿은 어머니에 대한 효심과 분노, 연인 오필리아(이은조)를 향한 연정과 사사로운 사랑에 대한 환멸 사이에서 갈등에 빠진다.

햄릿을 가장 괴롭히는 갈등은 복수를 결단하지 못하는 자신을 향한 분노다. 부왕의 복수를 하고 왕위를 되찾아야 하지만 그럴 힘이 없고 절친한 친구 호레이쇼(김영민)를 빼면 주변엔 자신을 감시하는 사람들뿐이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다”라는 뱉을 만큼 죽음도 두렵다. 조승우는 부도덕한 세상에 대한 분노, 가혹한 운명 앞에서 무력한 자신에 대한 혐오를 그의 탁월한 표현력으로 생생하게 전달한다.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세심하게 설계된 무대미술은 위태로운 햄릿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앞뒤 폭이 23m에 달하고 계단으로 소실점을 구현한 무대의 깊이감은 그의 고독과 무력감을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무대 왼편의 거대한 기둥들은 인간을 압도하는 잔인한 운명을 형상화한 것으로 다가온다.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조승우가 그리는 햄릿의 진짜 광기는 그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발산된다. 아버지를 죽인 원수와 재혼하는 패륜을 저질렀지만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어머니 거트루드에게 햄릿은 피를 토하듯 증오의 말을 퍼붓는다.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를 조롱하는 극 중 연극이 끝난 뒤 햄릿이 거트루드를 찾아가 자신의 심정을 쏟아내는 장면을 이번 ‘햄릿’은 길고도 밀도 있게 연출한다. 조승우는 거트루드를 거칠게 몰아세우다가도 울음을 터뜨리며 무너지고, 커튼 뒤에 숨은 폴로니어스(김종구)를 살해하는 광기 어린 모습을 애절하게 그려낸다.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연인 오필리아를 향한 햄릿의 광기도 강렬하다. 가혹한 운명을 맞아 사랑의 감정에 환멸을 느끼지만 오필리아를 진정으로 아끼는 햄릿의 양가적 마음이 거친 행동과 대사로 표현된다. 앞서 “별이 불타지 않는다 의심해도 태양이 움직이지 않는다 의심해도, 내 사랑만큼은 의심하지 마오”라며 사랑을 속삭였었기에 수녀원에나 들어가라며 오필리아를 몰아세우는 햄릿의 모습이 더 슬프게 느껴진다.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어두운 복수극인 ‘햄릿’에서 관객을 웃음 짓게 하는 건 조승우의 가짜 광기다. ‘햄릿’은 클로디어스의 끄나풀인 로젠크란츠(이강욱)와 길덴스턴(전재홍), 폴로니어스 등에게 미친 사람 행세를 하는 햄릿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연출한다. 영화 ‘타짜’, ‘내부자들’ 등에서 대중에게 위트 있는 장면을 선보여 온 조승우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관객의 긴장감을 풀어준다.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이번 공연을 연출한 신유청 연출가는 햄릿을 “관습과 구질서의 틀 속에 갇혀 있다가 그 순환과 반복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으로 묘사하려 했다고 밝혔다. 구시대의 부조리 속에서 새 시대를 욕망하는 인간은 진보와 생존 사이에서 갈등에 빠진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선 조승우의 광기는 변화를 원하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절절하게 그린다. 공연은 다음달 17일까지.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연극‘ 햄릿’의 한 장면. ⓒ예술의전당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385963

목록 스크랩 (0)
댓글 1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위즈덤하우스] 아날로그 감성 듬뿍 담은 《하루 한 장 나의 어휘력을 위한 필사 노트》 컴포지션 에디션 증정 이벤트 ✏️📘 674 00:09 18,28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265,00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013,11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101,30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463,367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5,041,17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025,35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4 20.05.17 4,623,13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1 20.04.30 5,078,65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814,49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37643 유머 신경과에서 체온재는 할부지 체온이 19.6도가 나온거야 8 20:15 1,524
2537642 이슈 `역대 최대 기독교 집회` 100만명 모인 집회에서 무엇을했을까 7 20:14 313
2537641 유머 흑흑요리사 라면편 20:14 301
2537640 기사/뉴스 [MBC 단독] 미래한국연구소 대표 소환조사‥"명태균이 돈 받으러 비행기 타고 간다" 20:14 77
2537639 이슈 일본) 쟈니스 성추행 피해자 보상담당 본부장이 짤림 4 20:11 1,199
2537638 이슈 가사와 뮤비가 아름다운 김동률 '산책' 뮤비 (김무열 출연!!!) 2 20:11 226
2537637 이슈 이현곤 변호사님 페이스북 업뎃 18 20:10 1,443
2537636 이슈 오늘자 테일러 스위프트 콘서트 게스트로 온 사브리나 카펜터 2 20:09 732
2537635 유머 경상도인이 연인에게 같이 여행 가자고 할 때 하는 말...jpg 26 20:07 2,925
2537634 이슈 성공한 여성 CEO가 어린 남자 인턴이랑 불륜하는 에로틱 스릴러 영화 <베이비걸> ​ 8 20:06 1,781
2537633 기사/뉴스 "내 것 아니면 죽어야"‥'이별살해' 김레아 전 연인도 폭행·협박 전력 3 20:05 627
2537632 기사/뉴스 [1보] NHK 출구조사 "일본 총선, 자민·공명 과반 불확실" 3 20:05 389
2537631 유머 카리나: 포카로 뺏길까봐 헐레벌떡 아무도 눈치못채게 뛰어왔어 17 20:05 2,874
2537630 유머 라면을 엎은 절망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13 20:04 1,588
2537629 이슈 오퀴즈 20시 정답 4 20:02 225
2537628 유머 울산상고 출신 평균연봉 올려주는 대기업 취업자 19 20:02 2,701
2537627 기사/뉴스 검찰, 미래한국연구소 대표 소환 조사‥30쪽 분량 진술서 받아 20:02 174
2537626 이슈 가사 때문에 저평가당하기에는 아까운 걸그룹 노래 23 20:02 1,514
2537625 이슈 의외로 흔한 30대 후반의 착각. 54 20:01 4,923
2537624 이슈 소녀시대 수영 일본 솔로데뷔곡 윤아와 챌린지~~~ (댄스라인 너무 잘해요ㅠ) 14 19:57 9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