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 최고 포상 3~10억…사고 막기엔 '새발의 피'
내부고발 의무 규정 없고, 제보자 보호장치도 '역부족'
"불이익 감수하고 옆자리 동료 고발하나" 제도 형해화
[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은행권 내부통제 핵심인 ‘내부고발’ 제도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백억원 횡령사고를 막는다 해도 최고 포상금액이 3억~10억원인 데다 내부고발자에 대한 보호 장치 또한 미흡하기 때문이다. 암묵적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부고발을 하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고발 인센티브를 늘리고 제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디테일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내부고발 포상금액은 얼핏 보면 ‘억소리’ 나는 인센티브지만 수령하기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내부고발로 금융사고를 예방한 인과관계를 입증해야하고 금액 산정까지도 절차가 복잡하다.
통상 은행은 금융사고 발생에 따른 손실 규모를 고려해 포상금액을 산정한다. 하지만 내부고발이 금융사고 예방에 얼마나 이바지했는지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은행 내규 또한 포상금액 상한선을 정하고 있을 뿐 인센티브 제공을 의무화한 것은 아니다.
실제 금융사고에 따른 피해 규모와 비교해봐도 포상금액은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적발한 BNK경남은행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횡령사고는 규모가 총 3089억에 달했다. 우리은행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중 350억원이 부당대출인 것으로 나타났고 농협은행에서는 부동산담보 부풀리기와 임직원 횡령으로 대출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 최근 5년간 은행권에서 내부횡령 등으로 발생한 손실만 2334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직원이 내부고발로 사고를 막을 때는 최대 수억원을 받을 수 있어 ‘새발의 피’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직원들이 동료의 이상행동을 포착해 신고해도 보호받지 못하는 점이다. 우선 직원이 동료의 일탈을 감지해 금융사고 징조를 읽었다고 해도 언제 어떻게 제보를 해야 하는지 의무화하는 규정은 없다. 일부 은행만 “임직원은 금융사고 사항을 발견하거나 직·간접적으로 제의를 받는 경우 그 사실을 즉시 고발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은행 홈페이지, 모바일 웹 등 내부고발을 할 수 있는 통로 또한 제한적이다.
내부고발자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줘서는 안된다”는 선언적 조항만 있어 회사 내 암묵적 불이익을 피하기 어렵다. 하나은행 정도만 “내부고발 담당 부서 직원 등은 고발 내용을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누설해서는 안 된다. 이를 어겼을 때 내규에 따라 징계할 수 있다”는 비밀유지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부고발 제도가 임직원 개인 일탈에 따른 금융사고를 예방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수단이다. 은행원의 이상징후를 가장 잘 읽을 수 있는 게 매일 같이 일하는 옆자리 동료다”며 “다만 제보자에 대한 인센티브나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상 ‘내 동료’를 제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조직문화나 분위기도 아직 정착되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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