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박형빈 기자 =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인 26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주말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 따르면 이날 이태원역 인근의 인구 혼잡도는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약간 붐빔'(1만4천∼1만6천명)을 유지했다.
이른 저녁에는 식당과 가게에 빈 테이블을 찾아볼 수 있었으나 밤이 깊어질수록 거의 모든 주점이 손님으로 가득 차고 일부 가게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술집 대부분이 통창을 열어놓고 영업해 쿵쾅거리는 음악 소리와 왁자지껄한 대화가 오가는 시민들의 귓전을 때렸다.
몇몇 주점은 핼러윈의 상징인 호박등을 밝히고 천장에 박쥐나 유령 장식 등을 늘어뜨려 분위기를 냈다.
핼러윈을 맞아 페이스페인팅을 하거나 눈에 띄는 복장을 한 이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 슈퍼히어로 복장을 한 시민과 사진을 찍기 위해 행인들이 줄을 섰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흉내 낸 남성과 큰 장난감 칼을 찬 일본 무사 차림의 커플도 이목을 끌었다.
오랜만에 이태원을 찾았다는 김지욱(30)씨는 "평소에 볼 수 없는 광경이라 신기하고 유쾌한 것 같다"며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건 아니니 너무 안 좋게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러 온 대학생 손모(22)씨도 "이곳에서 참사가 벌어진 점은 안타깝고 깊이 새겨야 하지만, 안전하게 주말을 즐기는 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 공간을 무덤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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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참사가 일어난 골목 한편에는 와인과 음료 등 먹을거리와 꽃다발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참사의 아픈 기억 때문인지 유독 이 골목은 오가는 시민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발걸음을 멈추고 꽃다발을 바라보던 조모(56)씨는 "젊은 생명들이 안타깝게 간 것이 비통할 따름"이라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정부와 시민들이 하나로 힘을 합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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