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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위험한데, 통쾌하고, 씁쓸하다...꾸준한 인기에 진화하는 드라마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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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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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죄지으면 지옥 간다’는 말들을 한다. 그런데 지옥도, 천국도 죽어서야 가는 것이다. 죽은 뒤 지옥에서 죗값을 치를 예정이라 한들, 살아있는 동안에는 지은 죄에 비해 가벼운 처벌만 받고 천수를 누린다면 어떨까. 부당하지 않을까. 현실에선 이런 일들이 종종 발생하고, 그런 일들이 알려질 때마다 대중은 분노한다. SBS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지옥판)는 ‘판타지’의 설정을 빌려 현실의 법체계에서 ‘제대로 심판받지 못한’ 인물들을 마음껏 심판한다.

여자 주인공 강빛나(박신혜)는 지옥에서 온 판사다. 지옥의 살인자 전담 재판관, 유스티티아인 그는 살해 피해자인 판사 강빛나를 실수로 지옥으로 보내 인간계로 퇴출된다. 그는 강빛나의 몸에 들어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도 않고, 용서받지도 못한 죄인 20명을 죽여 지옥으로 보내야 하는 벌을 받는다.

‘지옥판’은 몇 년 전부터 유행 중인 사적제재 드라마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드라마에서 강빛나에게 심판받는 이들은 끔찍한 죄를 저지른 흉악범들이다. 교제폭력 가해자, 보험금을 노리고 배우자를 살해하고 아동학대를 한 가해자, 일가족 살해 후 다중인격인 척 연기한 사람, 노조원을 괴롭히고 살해한 기업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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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사적 제재 드라마와의 차이는 죄인을 벌하는 방식이다. 주인공은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을 ‘지옥의 절차’대로 심판한다. 지옥에서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죄인은 자신이 저지른 일을 똑같이 당한다. 교제폭력의 가해자는 자신이 여자친구를 때렸던 것과 똑같이 강빛나에게 죽기 직전까지 맞는다. 남편을 차에 가둬 익사시킨 아내는 똑같이 차에 갇혀 익사의 고통을 겪는다. 기업가도 자신이 했던 것처럼 실내 골프장 한가운데서 정신을 잃을 때까지 골프공에 맞는다. 드라마는 죄인들이 죄를 저지르는 장면보다 훨씬 긴 분량으로 죄인들이 벌을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사법부도 풍자한다. 인간 세상에서의 직업도 판사인 주인공은 흉악범이 왔을 때 일부러 형을 약하게 선고해 풀어준다. 죄인에게 현실이 아닌 지옥의 처벌을 내리기 위한 목적이긴 하지만, 판사복을 입은 주인공이 피고인의 죄를 열거한 뒤 ‘다만’이라는 단어와 함께 읊는 정상참작 요건들은 흥미롭다. 현실의 재판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초범인 점, 다른 일들로 사회에 기여한 점’ 등이다. 주인공의 부하 악마조차 “그런 ‘개쓰레기’같은 판결을 하시면 어떡하냐”고 한다. 주인공은 의아한 듯 묻는다. “왜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지은 죄를 판사한테 용서해달라고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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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재 서사는 최근 공개된 여러 드라마,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나쁜 짓을 한 사람이 결국 벌을 받는 이야기, 약자가 힘을 키워 강자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들은 흔한데도 계속 인기가 있다.

지난달 중순 개봉한 영화 <베테랑2>에서는 경찰이 유튜브를 하며 직접 범죄자 처단에 나선다. 지난해 공개된 SBS드라마 <국민사형투표>에서는 아예 전 국민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죽일지 말지 투표에 부친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노웨이아웃>에서는 흉악범이 출소하자 200억원의 현상금을 건 공개살인청부가 진행된다. <비질란테>에서도 낮에는 경찰대생인 주인공이 밤이면 범죄자들을 직접 심판한다. 학교 폭력 피해자인 주인공의 복수극, <더 글로리>에서는 주인공이 아예 인생 전체를 복수하는데 쓴다. 법원 판결뿐 아니라 경찰과 검찰 등 기존 공적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과 분노가 커지면서 실제 현실에서 개인이 범죄자 신상을 공개하는 등의 사적 제재가 발생하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로 보인다.

사적 제재가 유독 많이 나오는 최근의 흐름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변영주 감독은 최근 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을 만들면서 사적 제재처럼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자력구제라는 개념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ttps://naver.me/FdCi031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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