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 성장률 하방 위험이 분명히 커졌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3분기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탓에 올해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2.6%)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최상목 부총리는 24일(현지 시각)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미국 워싱턴디시(DC)에서 한국 기자단을 만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전날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올해 3분기(7~9월)에 전 분기 대비 0.1% 성장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 역성장(-0.2%)에서 반등했지만 사실상 정체 수준에 그친 셈이다. 특히 수출은 0.4% 감소하면서 7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최 부총리도 “수출 증가율이 당초 예상보다 둔화해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올해 한국 경제가 2.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후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미약하고, 10월 들어 20일까지 수출마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3% 가까이 감소하면서 믿었던 수출마저 경고음이 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졌다.

그러나 기재부는 매달 실물 경제의 동향을 판단하는 ‘그린북’(10월호)에서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설비투자·서비스업 중심 완만한 내수 회복 조짐이 있다”며 6개월째 수출 중심 경기 회복세만 강조했다. 계속되는 경고음에도 안이한 경제 인식을 고수하더니, 뒤늦게 경각심을 밝힌 셈이다.

이어 최 부총리는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미국을 제외하고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며 “올해 4분기 성장률과 무관하게 올해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한 경제의 기초체력을 뜻하며, 한국은 2%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 부총리는 ‘원화 약세’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한 국가의) 펀더멘탈이 강하다고 해서 그 나라의 통화가 강세가 되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후반대를 지속하고 있다. 이를 두고 우리 경제의 기초가 부실해진 탓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견해에 대해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는 일본 경제를 예로 들었다. 최 부총리는 “일본은 30년 전부터 경쟁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옛날보다 (경제가) 낫다고 얘기하는데도 엔화가 약세”라며 “(환율 변동은) 그 나라의 거시 정책 등과 관련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에 퍼지고 있는 삼성전자 위기론에 대한 질문에는 “삼성전자의 위기론은 결국 한국 산업의 위기론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은) 항상 위기를 딛고 도약했듯이 이번에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