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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편의점 대신 대형마트 갈 수도” 정부 이 말에 대법관 쓴소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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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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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층은 나에게 1층이 아니다. 편의점, 약국, 음식점 등 누구나 이용해야 하는 시설들이 60년 넘는 시간 출입금지 구역이었다.” "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김명학 노들장애인야학 교장은 이같이 말했다. 휠체어 장애인인 김씨와 유모차를 끄는 엄마, 지팡이 짚는 노인 등이 낸 이른바 ‘편의점 경사로’ 손해배상 소송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숙연 대법관) 공개변론에서다.

“해당되는 편의점 1.8%에 불과…유명무실한 시행령 방치”


원고들은 6년 전인 2018년 대부분의 편의점에 경사로가 없는 데 국가가 유명무실한 법령을 24년간 방치한 탓이라며 소송을 냈다.

옛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는 슈퍼마켓·음식점·카페 등은 바닥면적이 300㎡(약 91평)를 넘으면 경사로를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이 조항은 1998년 제정돼 2022년까지 유지됐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문제는 면적이 300㎡가 넘는 편의점이 전체의 1.8%에 불과하다는 거였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 편의점 4만3975개 중 300㎡가 넘는 편의점은 830개다. 98%의 편의점이 경사로 설치 의무를 면제받는 탓에, 실제로 경사로가 설치된 편의점은 일부에 그쳤다.

이에 2018년 원고들은 GS리테일과 투썸플레이스·호텔신라를 상대로 “입구에 경사로를 설치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각 업계에서 매출 1위였던 기업들이다. 국가를 상대로도 ‘원고들에게 각각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중 투썸플레이스와 호텔신라는 시행령과 별개로 경사로를 갖추겠다며 조정에 응했다.

정부는 1심 선고 이후인 2022년 300㎡라는 면적기준을 50㎡(15평)로 강화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화 규정에도 면제받는 편의점이 75.9%라, 장애인 단체들은 그동안 면적·기간 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정부는 1심 선고 이후인 2022년 300㎡라는 면적기준을 50㎡(15평)로 강화했다. 그러나 이같은 강화 규정에도 면제받는 편의점이 75.9%라, 장애인 단체들은 그동안 면적·기간 기준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차준홍 기자


1심 법원은 경사로 설치에서는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2009년 4월 11일 이후 신축·증축한 편의점에 대해 경사로 등을 설치하라”고 판결했다. 불가능할 경우 이동식 경사로나 호출벨을 두라고 했다. 또 해당 시행령이 “장애인의 행복추구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헌법상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어 무효”라고도 인정했다.

다만 국가의 손해배상은 인정하지 않았다. “배상 책임을 인정하려면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고 봤다. 원고들이 이 부분에 대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같았다. 원고 측 상고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그사이 정부는 1심 선고 이후인 2022년 300㎡라는 면적 기준을 50㎡(15평)로 강화했다.


정부 “온라인·대형마트 등 대체수단 있다”에 대법관 쓴소리


이날 변론은 ▶국가에서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게 위법한지 ▶이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의 2가지 쟁점에 따라 진행됐다. 법정에는 원고 당사자와 장애인 단체 활동가 등 시민들이 방청석에서 변론을 들었다.

원고 측은 그동안 시행령을 고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며 국가 측 고의·과실을 주장했다.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됐을 때 개정할 계기가 있었고, 2014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가 면적기준 폐지를 권고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국가 측은 교통수단 이동권을 향상하고 장애인 활동 보조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 장애인 접근권 향상을 위한 여러 노력을 기울여왔다고 항변했다.

대법관들은 양측에 “업계 충격을 완화시켜 가며 적용범위를 확대시켜가는 입법을 할 수는 없었나” “정부 측은 그동안 사회 분위기를 바꾸어왔다고 했는데, 법원 판결 이후 어떤 노력을 했나” 등 여러 질문을 했다.

국가 측은 또 “편의점 접근권은 다른 권리에 비해 대체수단이 많다. 온라인 구매, 편의시설이 갖춰진 대형마트를 이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경미 대법관은 “그동안 확대된 교통수단 이동권과 시설 접근권의 관계는 수단과 목적의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아무리 그 장소에 이동할 수 있어도 들어갈 수 없었다는 것 아닌가. 그것을 쉽게 대체되는 권리라고 말씀하시는 것에 놀랐다”고 꼬집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대중교통 접근권처럼 70% 이상 된다면 동등한 권리를 만들어줬다고 할 만하겠지만, 3%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이라면 너무나 입법의무를 게을리한 게 숫자 자체로 명백한 게 아닌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이에 국가 측은 “면적 기준은 전면 삭제가 궁극적인 목표다. 그를 위해 부처와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등 노력을 했음에도 당사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해야 할지를 두고도 격론이 오갔다. 원인 제공자를 개별 편의점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시행령을 개정하지 않은 국가로 봐야 할지, 또 행정입법 부작위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할 수 있는지 등이 쟁점이 됐다.

이 사건은 장애인 이동권을 떠나 ‘행정입법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구하는 소송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법원은 공개변론을 결정하며 “이 사건은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실질적 보장 여부뿐 아니라 행정입법 부작위로 인한 국가배상인정 여부가 문제된 다른 영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고는 변론 종결 후 2~4개월 내에 나올 예정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5/0003395529?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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