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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안성재: 저는 정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어요.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고, 더 많이 참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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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3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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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스 바자 모수에서는 서버들도 따로 무용 수업을 수강하면서 전문성을 연마한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안성재 한국에서는 서빙이 커리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조금 낮게 보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안무가나 배우, 의사처럼 외식업 특히 서비스 산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거죠. 레스토랑은 요리사만 잘해서 운영되는 게 결코 아니에요. 그리고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높이려면 우리 스스로가 멋져야 해요. 단순히 음식을 내놓고 ‘이건 뭡니다’라며 가짜 웃음을 짓는 것이 아니라, 제스처와 움직임 속에 배려와 아름다움이 담겨야 하죠. 이를 위해서는 표현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그중 하나가 발레나 현대무용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운 움직임이에요. 그게 제가 무용 수업을 권장한 이유죠.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건 천지 차이니까요.

 

 

 

 

하퍼스 바자 완벽주의자죠?(웃음)


안성재 저는 스스로가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곤 해요.(웃음) 손님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지, 제 만족을 위해서 완벽을 추구하진 않아요. 물론 예전에는 꽤 자만했고 약간 나르시시스트였어요. 미쉐린 1스타, 2스타를 따고 나니 어깨에 힘이 들어가서 ‘내가 최고다’라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었죠. 하지만 오히려 일을 계속하다 보니, 내가 모든 걸 아는 게 아니구나, 더 배워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저의 멘토 셰프들만 봐도, 가장 멋있어 보일 때는 그런 경청의 자세를 보일 때더군요. 물론 제가 아무리 이렇게 말해도 한창 젊은 셰프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지금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에서 상위권에 오른 친구들이 ‘내가 최고다’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저는 박수를 쳐줍니다. 그래, 지금 그렇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하면 나중에 더 성숙해질 거야. 인생에는 그런 단계가 있는 거니까요. 하지만 지금 제가 그런 마음을 품고 있다면 그건 멋이 없는 거죠.(웃음)

 

 

 

 

하퍼스 바자 <흑백요리사>를 보면 ‘트리플스타’나 ‘요리하는 돌아이’ ‘나폴리 맛피아’ 같은 젊은 셰프들을 귀여워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선배의 마음이랄까요?


안성재 이 자식들이 지금 다 치고 올라오려고 하는데(웃음) 사실 정말 뿌듯합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친구들뿐만 아니라 다른 셰프들도, 요리하는 삶이 어떤 건지 알기 때문에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최대한 해주려고 해요. 하지만 이게 선배 노릇을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제가 저의 업장이 있듯, 비록 셰프 경력이 1년밖에 안 된 친구라 하더라도 각자 자기 레스토랑의 사장이자 셰프잖아요. 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죠. 주방에서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이 주방 안에서 나이로 존중받을 거란 기대는 버려라. 요리사가 손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손님이 음식을 더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다. 나이, 성별, 경력 다 내려놓고 실력으로 평가 받아라.”

 

 

 

 

하퍼스 바자 그렇게 누구보다 깐깐하고 공정하게 음식을 심사했습니다. <흑백요리사>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요리는 뭔가요?


안성재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급식대가’의 음식이에요. 어쩌면 많은 이들이 그분은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을 것 같아요. 솔직히 저도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죠. 그런데 어머님께서 너무 귀여우신 거예요. 열심히 하시는데도 수줍어하시고, ‘이게 될까’ 하고 걱정도 있으신 것 같고, ‘괜히 나왔나’ 하고 후회하시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응원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의 급식 메뉴는 무엇이냐고 비교적 따뜻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마치 아이가 학교에서 배고플 때 급식을 막 퍼먹는 것처럼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맛있다’ 하면서 계속 먹었어요. 정신 차려보니까 반쯤 비웠더라고요.(웃음) 아직 심사해야 할 참가자가 몇십 명 더 남은 상황이라 이러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멈추고 ‘보류’를 드렸죠. 어쨌든 먹고 몇 초 안에 결정을 해야 하니까요. 내 마음속에서는 이미 합격인데, 어마어마한 음식은 아니고 그냥 따뜻한 음식이잖아요. 한 번 더 생각해보자 했죠. 백종원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만약 백종원 대표님이 별로라고 심사했더라도, 제가 강하게 “아니에요, 그냥 합격 드립시다” 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백종원 대표님도 그분의 요리 솜씨와 감성을 느끼셨던 것 같아요. 아직도 그 음식이 또 먹고 싶고 그렇네요.

 

 

 

 

하퍼스 바자 부모님께서 미국에서 중식당을 하셨다고요. 물려받은 요리 DNA가 있다고 생각하나요?


안성재 부모님께서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을 운영했지만 셰프가 될 거라는 건 저 자신을 비롯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어요. 저를 잘 아는 분들은 지금의 제 모습을 굉장히 어색하다고들 하세요. 다들 “네가 셰프가 됐다고?” 하죠. 원래 저는 온화하고 부주의한 면도 있고 장난기도 많고 걱정 없는 성격이었어요. 착하고 엄마 말 잘 듣는 마마보이 스타일이었죠. 그렇지만 이민 생활을 하면서 살아남아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힘을 길러야 했고 싸움에서도 지지 않아야 했죠. 저는 요리에 소질이 없어요. 다소 재수 없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정말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어요. 남들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더 늦게 퇴근하고, 더 많이 참았어요.

 

 

 

 

하퍼스 바자 2004년, 패서디나 도로를 운전하던 24살 청년은 우연히 르 꼬르동 블루 LA 앞에서 새하얀 셰프복을 입은 한 무리를 보고 요리학교에 입학합니다. 셰프라는 직업이 너무도 대단하고 멋있게 느껴졌다고요.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고 나서 환상이 깨지는 시기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요.


안성재 환상이 깨졌다기보다는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어요. 오랫동안 ‘나는 절대 미쉐린 셰프가 되지 못할 거야’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저렇게 못하니까. 맨날 욕만 먹고, 힘들고, 레스토랑을 차릴 돈도 없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미래가 너무 어둡더라고요. 샌프란시스코에서 모수를 오픈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요리에 대한 낙오자인가?” 하는 의심이 꺼지지 않았죠. 그런데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어느 한 순간을 포착하고 기회를 잡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 노력하는 수밖에 없고요. 저도 그렇게 기회가 올 때마다 조금씩 잡아나갔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 순간 순간이 너무 긴장돼서 요리하다가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오고 그랬죠.

 

 

 

 

하퍼스 바자 스스로가 낙오자로 느껴질 만큼 미래가 불안정하고, 화장실에 가서 토하고 올 만큼 압박 속에 있으면서도 요리를 그만두지 않았던 이유는요?


안성재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저는 엄청난 흙수저이다 못해 눈물 없이 듣기 어려울 정도로 고생을 많이 했어요. 노숙자로 살았던 적도 있어요. 집이 없어서 공원에서 자고 그랬죠. 어떤 사람들은 ‘요리사로는 돈도 많이 못 벌고 현재 상황이 어려우니까, 차라리 다른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현실적인 균형을 추구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 같은 경우는 신용불량자가 되든, 노숙자가 되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는 게 더 중요했어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하퍼스 바자 어떤 화가는 아틀리에에서 혼자만의 작업으로 자기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면, 파인 다이닝은 여러 사람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심지어 그렇게 나온 결과물도 매우 주관적입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셰프의 입장에서 압박감은 없는지요?


안성재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저는 셰프로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 음식을 먹여주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도 모수를 운영하는 거고요. 그러려면 팀이 필요하고, 팀원을 트레이닝하고, 그 안에서 문화를 형성해야 해요. 그러면서 삶이 복잡해지죠. (웃음) 하지만 저는 그 과정을 즐깁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레스토랑에 갈 때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요리하러 가는 거죠. 그게 제 라이프스타일이니까요. 일을 하러 간다고 생각하면 거의 반죽음일 걸요.(웃음) 그냥 좋아서 가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저는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고요. 그래서 이상적이라는 말을 듣는 거겠죠. 이상을 좇아야만 가능한 삶의 방식일 테니까요. 행복한 요리사는 유명하거나 돈이 많은 게 아니라, 요리라는 행위 자체에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하다 보니 주방에서 이 진리를 배웠네요.

 

 

 

 

하퍼스 바자 우승자 나폴리 맛피아의 요리를 보고 “요리의 멋을 안다”고 말한 적 있어요. 지금까지 나눈 대화의 요약이기도 할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요리의 멋’은 무엇인가요?


안성재 제가 그렇게 말했어요? 너무 극찬을 했네요. 그러면 안 되는데.(웃음) 예전에 레스토랑에 포스터를 걸어둔 적이 있었는데, 내로라 하는 예술계 인사들이 와서 “저렇게 이상한 그림을 왜 걸어뒀냐”고 하시더라고요. Cyrk(contemporary Polish circus posters)라고 폴란드 서커스 포스터였어요. 2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가 폴란드를 지배했을 때 모든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지만 유일하게 자유로운 표현이 허용된 장르였죠. 어느 프랑스 작가의 파인한 추상화가 걸려 있어야 할 것 같은 공간에 해괴한 그림이 걸려 있다고 의아해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저는 그 포스터 안에 무언가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아주 선명한 색깔에 사자, 곰, 강아지가 각각 그려진 세 점의 포스터를 레스토랑에 걸었죠. 말하자면, 저는 가장 멋있는 건 가장 개인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심사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지금 시대에 가장 멋진 요리는 가장 로컬화된 요리예요. 서울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요리, 거기에 각각의 셰프가 표현하고 싶은 서브 컬처를 자유롭게 가미한 것이 가장 멋스럽죠. 완성도가 조금 부족할지라도 깊이 고민하고 마침내 자신의 의도를 정확하게 담아낼 수 있다면 과일 한 접시일지라도 그게 가장 훌륭한 요리일 수 있어요.

 

 

 

 

하퍼스 바자 그래서 항상 물어봤군요. 이 요리는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웃음) 방송을 보는 내내 궁금한 점이 있었습니다. <흑백요리사>의 미션 주제이기도 했는데요. 당신의 인생 요리는 무엇인가요?


안성재 어려운 질문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생 요리는 없어요. 농구선수가 작년 챔피언십을 우승했다고 내일 있을 게임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잖아요. 요리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음 요리예요.

 

 

 


하퍼스 바자 추억에 젖을 시간도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거군요.


안성재 예전에 한번 추억에 젖었다가 혼쭐난 적이 있거든요.(웃음) 제가 만든 요리를 너무 뿌듯해하면서 쳐다보고 있으니까 셰프가 “너 지금 뭐 해?” 하며 어이없어 하더군요.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빨리 다음 요리 만들어야지!”

 

 

 

장문의 인터뷰라 일부만 가져와 봄

흥미로운 인터뷰라 전문 다 읽는것도 추천함

https://www.harpersbazaar.co.kr/article/1872086?utm_source=pocket_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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