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강 작가·뉴진스 하니 희화화로 논란
풍자와 조롱의 경계, 다시 한번 구분해야 할 때
'SNL 코리아'가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이끌기는커녕 화제성만을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 모양새다. 풍자가 분수에 맞지 않았던 걸까. 근처에도 못 간 조롱으로 프로그램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만들었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6'가 지난 19일 공개한 한강 작가와 그룹 뉴진스 하니의 국정감사 패러디로 도마 위에 올랐다. 한강 작가의 외모와 자세, 하니의 말투 등을 희화화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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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된 건 호주 국적인 하니의 다소 어눌한 한국어 말투를 우스꽝스럽게 따라 한 지예은의 모습이었다. 다수의 네티즌은 외국인 어린 피해자가 한국말을 잘 못하는 상태에서 국정감사에 출석해 피해하실을 고백하는 모습을 희화하하는 것이 과연 옳은 행태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 이어진 김아영의 한강 작가 패러디도 마찬가지였다. 한강 작가는 앞서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예를 안았다. 김아영은 실눈을 뜨고 구부정하게 앉은 상태로 한강 작가의 나긋한 말투와 함께 수상 소감을 따라 했다.
무엇을 위한 풍자이고 누구를 위한 개그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장면에 많은 이들이 불쾌감을 호소했다.
'SNL 코리아'는 스스로를 파격적인 웃음, 과감한 풍자로 대한민국 트렌드를 이끄는 쿠팡플레이 코미디쇼라고 소개하고 있다.
풍자는 대개 현실의 부정적 현상이나 모순 따위를 빗대 비웃는 행위를 일컫는다. 때문에 사회 부조리와 권력 구조를 비판하는 도구로서 사용되곤 했다. 즉 풍자는 강자에게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SNL 코리아'도 초반 기획 당시에는 이를 위해 '과감한 풍자'를 내세웠을 터다. 그러나 점차 본질에서 벗어나 그저 사람과 사건 등을 비하하면서 웃음의 대상으로 만드는 '조롱'을 쫓아가는 모양새다.
실제로 앞선 'SNL 코리아' 시리즈는 정치인에게도 성역 없는 질문을 던지고 사회 이슈를 유쾌하게 풍자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차례 선 넘는 조롱과 일반인 희화화 등으로 계속해서 질타를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미디는 코미디로 받아들여야 한다' '웃고 넘기면 되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며 'SNL 코리아'를 두둔하기도 한다. 'SNL 코리아'가 코미디 쇼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웃음을 주는 것도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은 인정하는 바다. 다만 웃음을 위해 타인의 외모나 언어 능력 등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전제가 우선시돼야 한다.
'SNL 코리아'의 본질을 해치는 건 시청자들의 평가가 아닌 제작진의 의식 부족과 무너진 초심이다. 풍자와 조롱, 패러디와 희화화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