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이해정 기자] 개그맨 김종석을 전월세를 전전하는 100억 빚쟁이로도 만들었다가 성공한 자산가로도 만들었다가.
MBN '특종세상', '사노라면'이 한 달 만에 '뚝딱이 아빠' 김종석의 삶을 180도 다르게 조명해, 거짓 방송 논란을 자초했다. 뉴스엔 취재 결과 거짓 방송으로 지목된 '특종세상' 9월 12일 방송분은 조용히 삭제됐다.
앞서 지난 9월 12일 방송된 MBN '특종세상'에는 개그맨 김종석이 출연해 "제게 지금 현존하는 빚이 100억원 정도 된다. 이대로만 1년 뒤에 다 망할 것 같다. (빚 때문에) 강남에 있는 집을 팔고 이산 가족이 돼 뿔뿔이 흩어져서 살고 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공개했다.
그에게 100억 넘는 채무를 안긴 원흉은 무리한 사업으로, 김종석은 "귀신에 홀렸다. 'K팝, K무비, K커피, K브레드를 해보자' 싶었다. 한국 커피와 한국 빵을 미국에 심어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거기에 도전하면서 생긴 빚이 22억원인데 커졌다. 너무 힘들고 가슴이 아팠다. 가족들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월 이자만 6,000만원 정도 나가는 상황이라며 배우 지망생인 큰 아들더러 기술을 배우라고 추천하는 모습도 비춰졌다.
그런데 약 한 달 만인 10월 20일 방송된 MBN '사노라면'은 사업 대박 난 김종석의 근황을 공개했다. 한 달 전에는 "1년 뒤에 다 망할 것 같다"고 우는 소리를 하던 김종석은 "주말이라 200m 정도 줄을 서야 하는데 요즘에는 한 30m, 50m 정도다. 그래도 행복한 줄 알아야죠"라고 배부른 고민을 했다. 김종석은 "1호점 대출이 약 18억 된다. 근데 큰 문제가 없는 게 1호점 가격을 부동산에 물어보니 그래도 150억은 넘더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손바닥 뒤집듯 김종석의 인생이 바뀐 데엔 그만한 사정이 있다. 앞서 김종석이 '특종세상' 방송 이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고 MBN은 김종석이 해명한 사실을 담고자 '사노라면'을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석은 '특종세상' 출연 이틀 만인 9월 1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설마 이렇게까지 묘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울 근교 요지에 3개의 대형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마케팅 차원에서 방송 출연에 응한 것인데 사실과 판이하게 다른 부분이 많다. 100억 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건 맞지만 부동산을 포함해 전체 자산이 500억이 넘는다는 사실은 빠졌다. 방송에 나온 모텔도 제작진이 미리 잡아놓은 방으로, 살면서 평생 처음 가본 곳이었다. 소품처럼 미리 준비된 라면과 삼각김밥을 먹으니 영락없는 사업 실패자의 모습이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또 이산가족이 됐다는 발언 역시 사실이 아니라며 "평생 강남에만 거주하던 아내가 서울 변두리로 나와 같이 살기 불편하다고 해서 따로 거주지를 마련해 살고 있다"고 바로잡았다.
이 인터뷰에 결국 한 달 만에 방송된 '사노라면'에서 김종석의 "100억 빚"은 "좋은 수업료"로, "1년 뒤면 망할 것 같다"는 신세한탄은 "200m 줄이 30, 50m로 줄었다"로 바뀌게 됐다. 아무리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큰 아들더러 기술 배우라고 등 떠밀던 못난 아빠가 한 달 만에 미국 사업 실패를 경험 삼아 재기한 사업가가 되어 있으니 시청자는 황당할 뿐이다.
MBN이 김종석에게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다면 방송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과했으면 될 일이다. 굳이 김종석의 삶을 구겨놨다 폈다 하면서 시청자 마음까지 우롱할 필요가 있었나. '뚝딱이 아빠' 김종석을 진심으로 안타까워하고 응원했던, 그리고 방송을 믿고 본 시청자들만 또 바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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