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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강을 ‘2순위 후보’로 꼽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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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8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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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일주일 만인 지난 17일, 한강 작가가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주셨던 지난 일주일이 저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기억될 것 같다”며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계속 써가면서 책 속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한강의 말처럼 국내 독자들은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에 환호했습니다. 지난 16일 오전 9시 기준 한강의 책은 106만2000부 판매됐습니다. 독자들은 책을 구하려고 ‘서점 오픈런’을 하는가 하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저자 서명이 있는 초판본을 수십만원에 사고 있는데요. 문학 기자는 조금이라도 한강의 수상을 예상했을까요? 한강 작품 중 뭐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문화스포츠부 책지성팀 임인택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The 1] 한강이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어땠어요? 


임인택 기자: 지난 10일 저녁 7시 한겨레 문화스포츠부 부장과 책지성 팀장, 팀원들이 함께 밥을 먹었어요. 저만 7시30분쯤 회사로 먼저 들어와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가 받을 경우를 대비해 기사를 쓰고 있었죠. 그리고 저녁 8시, 노벨 문학상 생중계 영상을 틀었는데요. 1분 만에 “한~캉”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바로 소리를 질렀어요.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지만 ‘비상이다’, ‘기적이다’란 말들이 오간 것도 같아요. 솔직히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문학상을 탈 거라곤 예상 못 했거든요.


한강 작가의 ‘차 마시며 조용히 축하하고 싶다’는 (스웨덴 한림원과의) 인터뷰까지 보도하느라 전 물 한 잔 못 마셨고, 다음 날 새벽 2시에 퇴근했어요.


[The 2] 왜 한강이 받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요? 


임인택 기자: “훌륭한 작가가 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수준에 도달하려면 평생이 걸리기도 하니까.” 노벨 문학상 심사위원을 대표해서 스웨덴 소설가 앨렛 맷슨이 한 말에 힌트가 있어요.


한강은 올해로 만 53살인데요. 노벨 문학상 수상자 중 그보다 젊은 수상자는 6명밖에 없어요. 20세기 출생 작가 중엔 만 43살에 수상한 알베르 카뮈 다음 한강이 두 번째니, 예상하기 쉽지 않았죠. 한강도 예측 못 한 것 같아요. 스웨덴 공영방송 SVT와의 인터뷰를 보면, 한림원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노벨 문학상 후보로) 생각한 한국 작가 2순위는 한강이었어요. 1순위는 김혜순 시인이고요. 1955년생(만 69살)인 김혜순 시인의 나이와 연륜을 고려한 순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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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3] 2순위요? 생각보다는 높네요. 


임인택 기자: 한강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을 받으면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았잖아요. 그걸 이번에 한림원도 강조했고요. 개인적으로는 2014년 노르웨이 ‘미래도서관 프로젝트’ 때 한강을 눈여겨봤어요. 노르웨이는 2014년부터 매년 1명씩 100년간 100명의 작품을, 나무 1000그루를 사용해 한정판으로 출판하는데요. 한강은 2019년 이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작가로 꼽혔어요. 한국인으로는 최초였죠. 그때도 놀랐지만 곱씹을수록 상징적이에요.


번역 수준이 높아진 것도 중요해요. (과거엔) 셰익스피어 작품만 해도 모두 일본 번역물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어요. 한국이 (국외 작품을) 직역하게 된 뒤에도 1세기 넘게 일본식 번역 영향을 받았고요. 가까운 나라 일본, 중국과 견줘 번역 역사도, 자원도 차원이 달랐죠. 그런데 최근 차이가 좁혀졌어요. 1994년 일본에서 두 번째 노벨 문학상 받은 오에 겐자부로는 수상 전까지 번역된 단행본이 17개국 79종이었는데요. 한강은 28개 언어권 82종이거든요.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온 거죠.


[The 4] 한강 작품은 어떤 점이 특별해요? 


임인택 기자: 겨울의 언어, 작품 중 피해자나 주인공과의 지독한 내면 일치, 언어적 치열함. 3가지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1995년 한강은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썼을 때 한겨레와 인터뷰를 했는데요. ‘젊은 작가가 왜 슬픈 얘기만 쓰냐’는 질문에 “슬픈 게 좋지 않아요?”라고 말해요. 2013년 첫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에 담긴 연작 시 ‘거울 저편의 겨울’에도 슬픈 정서가 지배적이고요. 이후 여러 작품, 기고 글에도 겨울이란 단어뿐 아니라 겨울 기후가 많아요.


치열하게 집필하는 것도 특징인데요. 한강은 글을 쓸 때 걷지도 먹지도 못하고, 글쓰기에 온전히 몰입한다고 해요.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 출고 뒤에도 ‘이제 새벽에 일어나 초 안 켜도, 구덩이 안쪽을 느끼려고 책상 아래 들어가 누워있지 않아도, 울지 않아도 된다’고 썼어요. 언어가 치열하다는 건 곧 치열하게 의식하고 감각하도록 실제로 자신을 벼랑 끝, 칼끝에 세우는 거겠죠.


[The 5]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은요? 


임인택 기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한번 읽어보세요. 보통 작가들은 ‘운다’는 표현을 망설여요. 운다는 모습을 상상하도록 묘사해야 한다고 말하죠. 직접 표현은 식상하고 자칫 감정을 떨어뜨릴 수 있잖아요. 근데 한강의 시집엔 ‘운다’라는 표현이 넘쳐요. 자신의 시상이나 내면 상태를 잘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언어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요?


소설 중엔 2011년에 나온 ‘희랍어 시간’을 추천해요. 충격으로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는 남자가 만나는 이야기인데요. 언어에 대한 집요한 탐구와 사랑의 고통이 잘 드러나요. 고통은 사랑을 증거하고요. 물론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예요.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11631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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