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가 15일 전현직 삼성 임직원 8명을 인터뷰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삼성 위기론의 실체는 크게 5가지로 압축된다. 최종 의사결정 과정에 기술인의 목소리가 배제되는 것과 보신주의에 물든 조직문화, 이에 따른 신기술 전략 부재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이 같은 문제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후발주자에 그쳤다는 오명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 내부에서 비롯된 위기는 외부 환경과도 맞물려 증폭됐다. 대외적으로는 반복되는 총수 일가의 사법 리스크와 주52시간 규제 여파로 일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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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의 사법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사업별 로드맵조차 만들기 힘들 지경이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사장 출신 A씨는 “삼성은 R&D로 먹고사는 회사인데 사법 리스크로 6~7년 이상 공격적 경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며 “기업을 옥죄는 분위기가 반복되면 어떤 기업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 재판이 늘어지면서 ‘잃어버린 10년’이 됐다. 전쟁터에 나가야 할 병사를 지휘할 리더가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한마디로 오합지졸 형국이다. 첨단산업은 공격적 결단이 필요한데 투자가 계속 미뤄졌다”고 지적했다.
외적으로는 주52시간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성토가 나온다. 양 전 의원은 “당장이라도 바꾸고 싶은 것이 주52시간 규제다. 직군에 따라 근무시간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며 “R&D 인력은 더 일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이에 따라 처우를 다르게 하면 된다. 단순히 업무 강도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가를 지키는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 출신 D씨는 “삼성 R&D 인력은 타이어 10개를 메고 뛰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유연하게 인력 운용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반도체는 기업이 아닌 국가 간 전쟁이 됐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최후의 보루 반도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삼성을 재벌로 보는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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