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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대북전단, 북한 주민 인권 위해 뿌린다는데…우리도 인권이 있습니다”[논설위원의 단도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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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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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인 지난 9일 경기 파주 임진각은 화창한 휴일을 맞아 나들이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북한의 오물풍선 부양이 5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일반 시민들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하지만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사는 주민들 상황은 다르다. 날로 악화되는 남북관계로 인한 고통은 그들만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통일촌’은 민통선 안에 있는 마을이다.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양쪽에 각각 2㎞의 비무장지대(DMZ)가 설정돼 있고, DMZ 남방한계선에서 다시 5~20㎞는 민통선 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통일촌은 통일대교의 검문소를 통과해야 들어갈 수 있다. 1973년 통일촌에 정착한 이래 벌써 반세기 넘게 이 마을을 지켜온 이완배 이장(70)은 마치 낯익은 동네 청년 대하듯 익숙한 몸짓으로 검문소 군경에게 민통선 출입증을 건넸다.

통일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집집마다 나부끼고 있는 태극기였다. 혹시 국경일이라 다들 태극기를 단 것이냐고 물으니, 이 이장은 “여기는 안보의식이 투철한 사람들만 살 수 있는 마을”이라면서 “이 동네는 365일 태극기를 게양한다”고 말했다.

그와 장단면사무소 앞 벤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북한 땅이 지척인 이곳에선 망원경으로 보면 저 멀리 펄럭이는 인공기를 뚜렷하게 볼 수 있다. 그는 북에서 끝없이 날아오는 오물풍선과 귀를 찢는 대남방송 때문에 주민들 모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남북관계는 지금이 가장 악화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도끼만행 사건부터 연평도 포격까지, 지난 반세기 동안 수많은 일촉즉발 상황을 최전방에서 겪어온 그가 지금이 최악인 것 같다고 말한 것은 다소 의외였다. 오물풍선 자체가 두렵다기보다는, 과거와 달리 위기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는 지금 상황이 그만큼 우려된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그의 우려대로 상황은 점점 더 통제 범위를 벗어나고 있다. 인터뷰를 하고 난 지 불과 사흘 후 북한이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 등에 사격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작전예비지시를 내렸다. 북한은 남한이 보낸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침범한 데 따른 대응이라 밝혔다. 명분을 쌓기 위한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전문가들은 남측에서 보낸 무인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게 사실이라면, 남북 대치 상태가 단순한 심리전을 넘어 새 국면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그는 북한에 괜한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먼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여기 사는 민통선 주민들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토로했다.



끝없이 날아오는 오물 풍선과 귀를 찢는 대남방송에 노이로제

도끼만행 때 보따리 싸고 피난생활도 했지만, 남북관계 지금
이 최악

이런 상황에 누가 관광 오고 특산품 사갈까…주민들 속 까맣게 타
탈북민단체, 계속 대북전단 살포해 북한에 빌미 주면 악순환 안 끝나
정부는 막을 생각도 없고 사실상 승인…몸으로라도 막아낼 것





-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난 5월28일 이후 벌써 26차례에 달합니다. 민통선 주민들의 불안감이 클 것 같습니다.

“말도 못합니다. (휴대폰으로 찍어놓은 사진을 보여주며) 여기 길이고, 논이고, 오물풍선 떨어진 거 보세요. 북한에서 생수병, 소주병 등 온갖 쓰레기를 넣어 보내요. 그뿐입니까. 지금은 낮이라 잠시 안 나오는데 새벽부터 아침까지, 저녁부터 밤까지 쉴 새 없이 틀어대는 대남방송 때문에 주민들 모두 노이로제 상태예요. 귀가 따갑다 못해 뜨거울 지경입니다. 옛날 대남방송은 그나마 노래나 말소리였는데 지금은 귀신 소리 같기도 하고 여우 우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뭐 말로 설명하기 힘든, 사람 정신 긁는 이상한 소리가 계속 나와요. 그러면 남쪽에서도 거기에 대응하겠다고 시끄러운 노래 같은 대북방송을 크게 틀죠. 그나마 우리 마을 쪽에선 대북방송 소리는 작게 들리는데, 대북방송과 대남방송이 동시에 크게 들리는 대성동마을 주민들은 더 미칠 지경일 거예요. 이사 가겠다고 난리입니다.”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오물풍선을 놓고 ‘국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북한은 감내하기 어려운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상황에 따라 군사적 조치도 고려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는데요.

“아니, 자꾸 그렇게 하면 민통선 주민들만 피해를 봅니다. 제가 보기에는 대북전단 보내는 탈북민단체들이 먼저 북한에 빌미를 주고 있어요. 대북전단 살포하면 북한이 그에 대한 보복으로 오물풍선을 보내고, 그러면 다시 남한도 질세라 대북방송을 하면서 발언 수위를 높이잖아요. 애들 싸움도 아니고, 이러면 악순환이 끝나지 않아요. 이 마을 주민들은 남북관계가 불안해지면 논밭 출입을 통제당하고, 더 심해지면 대피소 생활을 해야 합니다. 대북전단 날리는 단체들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이곳에 사는 민통선 주민들도 인권이 있어요. 그 사람들이 여기 살아봐야 현실을 알지. 왜 자꾸 대북전단을 살포해서 북한에 먼저 빌미를 줍니까.”


-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막아달라고 건의는 해보셨습니까.

“소용없어요. 귀도 안 기울여요. 사실상 정부가 승인해준 거 아닙니까. 탈북민단체들이 몰래 숨어서 뿌리더니 이제는 아예 임진각에 한 달 동안 정식으로 집회 신고를 해놨답니다. 공개적으로 살포하겠다는 거죠. 예전에는 경찰이 못 날리게 막아주고 그랬는데, 지금 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이니 어쩝니까. 우리가 직접 실력행사에 나설 수밖에요. 여기 주민들이 시위를 준비하고 있어요. 몸으로라도 막을 겁니다. 이렇게는 못 삽니다.”


- 정부가 주민들 의견을 청취하거나, 오물풍선·대남방송 등에 대한 대응책을 설명하기 위해 간담회 같은 걸 연 적은 있나요.

“없어요. 파주 쪽 민통선 안에는 해마루, 대성동마을, 통일촌, 세 개 마을이 있습니다. 이 세 마을 이장들은 서로 수시로 만나서 대책을 논의하곤 하는데, 정부가 우리에게 뭔가를 설명하거나 의견을 물은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 접경 지역에서 50년 넘게 살아오셨으니,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이런저런 상황을 다 겪어보셨겠네요.

“항시 불안감을 느끼며 살았죠. 1976년 8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들이 미군 장교 2명을 도끼로 죽인 도끼만행 사건 때는 주민들이 ‘자유의 다리’ 건너 남쪽으로 피난 가려고 보따리까지 쌌어요. 결국 떠나지 못하고 마을 대피소에서 피난 생활을 해야 했지만요. 2015년 8월 국군 2명이 DMZ에서 북한군의 목함지뢰를 밟아 중상 입은 사건이 났을 때도 주민들 모두 사흘간 대피소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북관계가 가장 악화된 것 같아요.”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2/0003326515?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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