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대책 실효성 논란]①
정부 '공사비 안정화' 핵심 방안으로 시멘트 수입 카드
"물량 적어 효과 글쎄…국내 유통·조달 시스템도 부재"
4년새 이미 50% 급등…추가 대책 없인 인하 어려울 듯
"내년 하반기 대형사업 속속…자재 재고관리 신경써야"
[이데일리 남궁민관 이배운 기자] “수요 대비 공급을 늘려 시멘트 가격을 낮추기엔 수입 물량이 턱없이 적은 데다, 유통망마저 갖춰져 있지 않아 공사 일정에 맞춰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설령 해외 시멘트를 수입하더라도 반대하고 있는 시멘트 업계, 시멘트 업계와 긴밀한 레미콘 업계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입니다.”
천정부지 치솟는 공사비를 잡고자 정부가 이달 초 해외 시멘트 수입 등을 골자로 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작 업계에선 ‘실효성’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시멘트 가격을 안정화할 만한 수입량 확보는 물론 구체적인 유통·조달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로는 내년 하반기 공사비 급상승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내놓았다.
공사비 중 단 10%인데…정부, 왜 시멘트에 초점
14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일 발표한 건설공사비 안정화 방안 가운데 건설업계가 주목한 건 단연 자재비 안정화 방안이다. 날로 높아지는 환경 기준과 코로나19 팬데믹·전쟁 등으로 인한 전세계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주요 자재비가 급등, 공사비의 급격한 상승의 원흉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 조사하는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100에서 2021년 111.48, 2022년 123.81, 지난해 127.90, 그리고 올해 7월 129.96으로 4년여 간 30%에 육박하는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분석 결과 2020~2023년 공사비 상승기여분은 자재비가 53.0%를 차지, 인건비(17.7%)와 금융·장비임대비(29.3%)를 훌쩍 상회했다.
정부가 이번 방안에서 방점을 찍은 건 시멘트 가격 안정화다. 해외 시멘트 수입을 지원하는 동시에 모레나 자갈 등 천연 골재원 채취원을 확대해 국내 시멘트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이다.
건산연이 한국은행의 2019년 산업연관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전체 건설공사비에서 레미콘·콘크리트 제품 등 시멘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5%, 주거용 건물로 범위를 좁히면 6.8% 수준이다. 100억원 규모 주거용 건물 건설공사를 기준으로 시멘트 가격이 10.0% 인상될 경우 공사비는 6800만원 가량 증가한다고 추산했다. 공사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자체가 크다고 볼 순 없지만, 최근 4년간 시멘트 가격이 무려 49.3% 치솟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컸다.
다만 건설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시멘트 가격을 낮추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수입이 이뤄져야 하지만, 당장 현재 국내엔 수입 시멘트를 소화할만한 시멘트 저장시설(사일로) 등 시설이나 유통망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아서다. 정부가 현재 계획 중인 수입량 또한 연간 78만t 수준이라 국내 시멘트 가격을 낮추기보단, 국내 시멘트 업계를 압박해 추가 인상을 막는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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