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021년 8월,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연구원들은 24동 지하실에 자리잡은 표본실에서 처참한 광경을 목도하게 되었음
경성제국대학 시절부터 수집해온 동물 표본 수백점이 희고 검은 곰팡이에 뒤덮여 얼룩이 진 모습임
사건의 발단은 이러함
2021년 2월, 표본실의 관리를 담당하던 교수가 정년 퇴직하게 되었는데 연구원들까지 같이 떠났음
그러다가 온도조절기가 고장이 났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 이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약 6개월의 시간이 흘러감
당시 표본실의 온도와 습도는 적정 수치인 23℃, 30%를 한참 상회한 30℃, 70%에 육박해 있었음
결국 표본들은 곰팡이에 잠식당했고 서울대 측은 곰팡이가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파악할 수 없는 관계로 해당 표본들을 모두 폐기처분함
그렇게 80여년의 세월 동안 수집해온 동물 표본들이 허무하게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게 되었음
개중엔 따오기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종의 박제도 있다고 함
이렇게 유실된 자료들은 우연히 새로운 동물의 사체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영영 구할 수 없음
이 사건을 다룬 논문을 쓴 연구원은 '귤의 경우에도 일부분만 곰팡이가 보여도 버려야 하는 것처럼, 곰팡이는 한 곳에서 눈에 보일 정도로 피면 실제로는 전체적으로 퍼져있다고 봐야 한다. 표본실 전체가 곰팡이에 덮여 있었던 만큼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모두 처분했다'고 밝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