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헌법 30조, 홀로 남은 범죄 피해자]
경찰 ‘부실대응’ 속 층간소음 흉기난동 피해
치료 월 500만원 드는 데 지원은 단기로 끝
아내는 이제 겨우 숟가락질을 한다. 김혜성(가명·65)씨가 밥 위에 김치를 올려주면, 천천히 움직여 밥을 먹는다. 젓가락질은 아직 할 수 없다. 아내는 왼쪽 뇌 기능이 회복되지 않아 오른쪽 몸이 마비됐다. 말도 하지 못한다. 20대인 딸은 은둔형 알코올 중독자가 됐다. 딸의 오른쪽 뺨에는 7㎝ 길이의 꿰맨 흉터가 있다. 평생 레이저 시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딸은 그런 얼굴로 밖에 나갈 수 없다며 방에 틀어박혀 매일 페트병으로 술을 마신다.
김씨 가족은 가난하지만 단란했다. 부부는 함께 택배 일을 하며 생계를 꾸렸다. 딸은 중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아들까지 네 식구는 밤마다 식탁에 모여 수다를 떨었다. 이런 가족이 무너지는 데는 채 한나절이 걸리지 않았다. 2021년 11월15일, 인천에서 벌어진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가 바로 김씨 가족이다. 출동한 경찰 2명이 현장을 무단이탈하며 난동을 막지 못해 국민적 비난을 산 바로 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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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지원은 한시적이지만 붕괴된 김씨 가족의 고통은 한시적이지 않다. 경제적·정신적 고통은 가족 간의 애정마저 앗아갔다. “딸이 애교도 잘 부리고, 처가에 함께 놀러도 다니고 그랬어요. 그런데 그 일이 있고 나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이제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도 싫어질 만큼 사이가 좋지 않아요.”
김씨는 경찰의 부실 대응 등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18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은 시시티브이(CCTV) 조회수가 순식간에 300만이 되었던, 사건 당시 출동 경찰 2명의 현장 무단이탈 문제만이 아니다. 사건 발생 4~5시간 전 홀로 집에 있던 딸의 신고로 다른 경찰 2명의 1차 출동이 있었는데, 그때 흉기로 김씨 집 문을 강제로 열려던 4층 남자가 손을 다치며 흘린 피가 복도에 흥건하게 쏟아져 있었다. 딸이 그걸 지적했지만, 경찰은 별다른 대처를 하지 않고 돌아갔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김씨가 “경찰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말하는 까닭이다.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2012년 8월 ‘중곡동 살인 사건’ 범인 서진환에게 살해된 30대 여성의 유가족이 낸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11년 만인 올해 2월에야 원고 일부승소 결정이 났다.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큼이나, 법적 절차 역시 범죄 피해자들에겐 늘 먼 곳에 있다.
지난해 말, 김씨는 오랜만에 아내의 휠체어를 밀고 사건 당시 살던 집 근처로 산책을 갔다. 평소 움직임이 없던 아내가 옛날 그 집을 알아봤는지 김씨만 알아들을 수 있는 작은 소리를 냈다고 한다. 김씨는 아내를 안고 펑펑 울었다. 앞으로 몇번의 눈물을 더 흘려야 할지, 김씨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한겨레 김지은 기자 https://www.hani.co.kr/arti/society/rights/10852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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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기사임. 며칠전에 경찰관들 해임 최종확정 났다는 기사보고 찾아봤는데 피해자 가족분들 너무 어렵게 살고 계셔서 기사 가져와봄..한달 간병비만 4,500 드는데 배상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