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1,443 5
2024.10.12 23:09
1,443 5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육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 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 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이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 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어이, 돌아오소.

  어어이, 내가 이름을 부르니 지금 돌아오소.

  더 늦으면 안되오. 지금 돌아오소.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특별히 잔인한 군인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처어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fgPIyu
한강 <소년이 온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이니스프리💚] 답답함/속건조/백탁 고민 ZERO! #투명수분선세럼 ‘그린티 수분 선세럼’ 체험 이벤트 614 10.07 68,79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018,638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746,87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741,053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094,98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4,884,97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912,4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76,93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8 20.04.30 4,943,84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647,17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24133 유머 플로리다 주지사가 허리케인으로 부터 도망가라고 호소한 이유.gif 3 01:35 462
2524132 이슈 [헝거게임] 보다 보면 캣니스가 피타 민들레 타령하는 것도 이해되는 게 2 01:35 346
2524131 이슈 같은 샵 다니는 이영지를 따라하는 엔믹스 해원 3 01:34 250
2524130 이슈 요즘 유행하는 아파트 인테리어 레이아웃.jpg 17 01:31 1,892
2524129 유머 나 진짜 결혼하려고 합니다. 용기 좀 줘 7 01:30 1,136
2524128 유머 ?? : 저.. 달 사진 좀 찍게 비켜주실 수 있나요? 5 01:28 1,055
2524127 이슈 마이클 잭슨이 퀸 멤버들을 설득해서 발매하게 만든 전설의 곡.jpg 13 01:25 1,315
2524126 유머 아들이 엄마를 기다렸던 진짜 이유 6 01:24 1,367
2524125 이슈 실시간 트위터에서 화제되면서 알티 타고 있는 한강 작가의 낭독...twt 14 01:23 1,733
2524124 유머 수영장 타일에 화가 나신 사람 22 01:23 2,412
2524123 유머 집에서 엄마와 동생이 사라졌던 썰 14 01:21 1,561
2524122 이슈 Muse - Hysteria (2003) 01:20 118
2524121 유머 필기체의 현실 7 01:20 1,175
2524120 이슈 20만원짜리 세븐틴 콘서트 VIP석 시야 43 01:20 2,726
2524119 이슈 내 친구가 라이즈 앤톤이 윤계상 아들이래 15 01:19 2,449
2524118 유머 김대호 아나운서가 배우 이나영을 안 좋아하는 이유 22 01:19 2,957
2524117 유머 브라질리언 왁싱했다는 신인 아이돌..... 2 01:18 1,982
2524116 유머 아빠가 자고있어 그럼 깨울때 어떻게 깨워야해?? 1 01:17 345
2524115 이슈 2년전 오늘 발매된, 케플러 "We Fresh" 01:17 65
2524114 유머 울 엄만 세상물정 너무 몰라 5 01:17 1,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