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부분 생략) 그 시합에서 야쿠르트가 이겼는지 졌는지 지금은 생각나지 않지만, 쿄진(※거인, 즉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뜻함)의 타자가 때린 라이트 플라이만큼은 아주 상징적인 정경으로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 플라이는 실로 그림을 그려 놓은 듯한 편안한 외야 플라이였다. 타자가 야구 방망이를 경기장에 내던지고는 머리를 갸웃갸웃하며 일루 베이스로 달려나가는 그런 플라이였다. 야쿠르트의 우익수(불쌍하니깐 이름은 특별히 감춘다)는 "올 라이트"의 몸짓으로 편안히 볼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평범한 광경이다.
그러나 볼은 ㅡ믿기 어려운 일이지만ㅡ 우익수의 글로브로부터 오 미터 정도 뒤에 툭 떨어졌다. 바람도 잔잔하고 태양빛도 그리 눈부시지 않은 오후에 벌어진 일이다. 관객들은 모두 망연자실하여 한동안은 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얘, 네가 응원하고 있는 팀이 바로 이 팀이니?" 하고 여자가 주저하는 우익수를 가르키며 물었다.
"음, 그래." 라고 나는 대답했다.
"다른 팀을 응원하는 게 낫지 않겠어?" 하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당연한 충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도 한결같이 야쿠르트의 팬이며, 한살한살 나이를 먹을 때마다 조금씩 정이 깊어만 가는 듯한 기분까지 들 정도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이렇게 된 게 옳은지 어쨌는지에 관해서도 확신이 안 서는 부분이 있다. 좀 좋지 않은 예이지만 "지나치다 우연히 만난 인연 쯤으로 여긴게 꼬리를 끌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야쿠르트를 응원함으로 해서 얻을 수 있었던 자질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패배에 대한 관대함이다. 지는 것은 싫지만 그런 일을 일일이 마음에 깊이 묻어두고 있다가는 도저히 오래 살아 남지 못하리라는 체념이다.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