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2,181 5
2024.10.11 13:15
2,181 5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왜 태극기로 시신을 감싸느냐고, 애국가는 왜 부르는 거냐고 동호는 물었다.

은숙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까.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육된 고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 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썩어가는 내 옆구리를 생각해. 

거길 관통한 총알을 생각 해. 

처음엔 차디찬 몽둥이 같았던 그것.

순식간에 뱃속을 휘젓는 불덩이가 된 그것.

그게 반대편 옆구리에 만들어 놓은,

내 모든 따뜻한 피를 흘러나가게 한 구멍을 생각해.

그걸 쏘아보낸 총구를 생각해.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 

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 

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

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 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어이, 돌아오소.

  어어이, 내가 이름을 부르니 지금 돌아오소.

  더 늦으면 안되오. 지금 돌아오소.

 

  당신이 죽은 뒤 장례를 치르지 못해,

  당신을 보았던 내 눈이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를 들었던 내 귀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숨을 들이마신 허파가 사원이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잔인한 군인들이 있었다.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특별히 잔인한 군인이 있었던 것처럼, 특별히 소극적인 군인들이 있었다.

피 흘리는 사람을 업어다 병원 앞에 내려놓고 황급히 달아난 공수부대원이 있었다. 

집단발포 명령이 떨어졌을 때,

사람을 맞히지 않기 위해 총신을 올려 쏜 병사들이 있었다.

도처어 앞의 시신들 앞에서 대열을 정비해 군가를 합창할 때,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어 외신 카메라에 포착된 병사가 있었다.

 

 

 

 

fgPIyu
한강 <소년이 온다>

목록 스크랩 (1)
댓글 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닥터벨머💙] 민감 피부 매일보습솔루션 데일리리페어 3종 (토너, 모이스처라이저, 크림앰플) 증정 이벤트 522 10.08 39,71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005,65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724,58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704,16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061,54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2 21.08.23 4,863,57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906,42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62,61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8 20.04.30 4,929,67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634,199
모든 공지 확인하기()
1407611 이슈 [KBO] 우리는 대구로, 너희는 댁으로 15:16 32
1407610 이슈 오늘자 푸바오.jpg 1 15:15 76
1407609 이슈 노벨이 대체 얼마를 냄겼길래 분야당 십몇억 씩 다 합하면 한 육십억 가량을 매년 상금으로 주는 게 가능한지 찾아봤는데 4 15:14 653
1407608 이슈 연세의 가을, 연세의 한강 (연세대 현수막) 6 15:12 875
1407607 이슈 [MLB] 한눈에보는 메이저리그 포시 현황 5 15:11 178
1407606 이슈 박신양, 이민기, 이레 출연 오컬트 공포 영화 <사흘> 포스터...jpg 22 15:10 739
1407605 이슈 겁나 신기한 강아지 개인기 10 15:08 535
1407604 이슈 아이브 안유진 - 포포는 강쥐🐕 챌린지 10 15:08 223
1407603 이슈 오늘 생일인 아란.....jpg 5 15:08 662
1407602 이슈 [투어요정] 나 이런 캐릭터 아닌데...(인피니트 성규) 2 15:06 126
1407601 이슈 4남매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라데이션으로 닮은 아이돌들.jpg 5 15:06 792
1407600 이슈 최예나 × 한수아 네모네모 챌린지 4 15:05 298
1407599 이슈 게이렌 뛰어넘는 사이렌 커버 영상 3 15:05 679
1407598 이슈 이미 하이브 사태 초반부터 뉴진스-아일릿 유사성 지적한 여러 전문가, 평론가들 26 15:02 1,571
1407597 이슈 더쿠에 이 노래 아는 덬이 있는지 궁금해서 써보는 글... 5 15:00 748
1407596 이슈 포기하지 않고 아픈 아내를 끝까지 돌본 결과 6 14:59 1,962
1407595 이슈 틈만나면 공식포스터 공개💛 (유재석 유연석) 8 14:58 982
1407594 이슈 노벨 문학 수상자 한강 작가가 기자회견 안하는 이유 33 14:53 5,870
1407593 이슈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더유닛이 남기고 간 것 7 14:53 1,430
1407592 이슈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보고 간 오은영박사, 아이유 1 14:53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