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목은 왜 <소년이 온다>인가.
'이 소설 못 쓸 것 같다'라고 생각이 되었을 때 그때 만나게 됐던 자료가 (항쟁의) 마지막 날 5월 27일 새벽에 돌아가신 야학교사 박용준 선생님의 일기였어요. 그분이 굉장히, 마치 동호처럼 여린 성품의 그런 분이었다고 하는데, 마지막 일기에 '하느님 왜 저에게는 양심이라는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찌르고 아프게 하는 것입니까. 저는 살고 싶습니다.'라는 일기였어요. 그 일기를 보고 이 마음을 가졌던 사람이 결국은 이 소설에서는 가장 중요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고, 그때 떠오른 사람이 동호라는 소년의 이미지였어요.
(중략)
동호가 우리에게 오는 소설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80년 5월에서부터 5년 뒤, 10년 뒤, 20년 뒤, 30년 뒤, 천천히 이렇게 넋으로 걸어오는 걸음걸이를 상상했고, 그래서 제목도 <소년이 온다>가 됐어요.
Q. <소년이 온다>는 본인에게 어떤 작품?
<소년이 온다>를 썼던 기간은 제 인생에서 1년 반 정도이지만, 그 기간의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그리고 그 소설을 쓰고 나서의 여파도 길었고. 그래서 누군가가 제 소설을 읽고 싶다고 말할 때, 그럴 때가 있다면 <소년이 온다>를 먼저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Q. 왜 직접 겪지 않은 5.18을 다뤘나.
제가 광주 사진첩을 처음 본 게 12살, 13살 즈음이었는데, 그 사진첩에서 봤던 참혹한 시신들의 사진, 그리고 총상자들을 위해서 헌혈을 하려고 병원 앞에서 줄을 끝없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 이 2개가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느껴졌거든요. 인간이란 것이 이토록 참혹하게 폭력적이기도 하고,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상황에 집에 머물지 않고 나와서 피를 나누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게 너무 양립할 수 없는 숙제 같았어요. 그래서 긴 시간이 지난 후에 제 안에 아직도 이렇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인간에 대해서 말하려고 할 때 '5월 광주를 결국은 뚫고 나아가야 되는 거구나, 언제나 그랬듯이 글쓰기 외에는 그것을 뚫고 나갈 수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쓰게 됐던 거예요.
Q.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 계획인지.
그냥 정말 삶의 아름다운 부분에 대해서 쓰고 싶어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사람이 인생을 아름답게 느낀다는 것,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 그럴 힘이 있다는 것, 그런 이야기를 이제는 쓸 거예요.
https://news.kbs.co.kr/news/mobile/view/view.do?ncd=5313630
스포 없는 부분만 가져옴